《유리와 이끼 서점》 오수 인터뷰

남들보다 자연의 작은 변화도 유심히 바라보았던 어린아이는, 이제 자신의 손으로 자연을 입체적으로 다듬어 내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현실에서는 마주친 적 없는 신비롭고 낯선 형상들. 그 생명력 넘치는 형상들은 나 자신의 상상으로는 감히 아우를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매혹적인 세계를 보여줍니다. 작고 사소한 것부터 공간을 가득 채우는 커다란 풍경까지, 서로 다른 크기와 형태를 한데 섞으며 자신만의 자연을 만들어가는 오수 작가. 《유리와 이끼 서점》을 앞두고 그가 바라보는 자연과 작업, 그리고 이번 전시를 함께 만들어온 시간에 관한 대화를 여기 나누어 봅니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핸들위드케어 전시를 통해 처음 인사드립니다. 먼저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텍스타일 재료와 핸드니팅을 기반으로, 나뭇잎처럼 작은 오브제부터 공간을 채우는 커다란 조형물까지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텍스타일 재료를 다루시는 만큼 포근함으로 가득한 작업실 풍경이 자연스레 상상되는데요. 평소 작업실에서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A. 저의 일과는 단순함과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오전에 일어나면 커피를 한 잔 내려 책상에 앉아요. 어떤 날은 바로 주문받은 작업이나 개인 작업을 시작하고, 어떤 날은 메모나 드로잉으로 머리를 깨울 때도 있습니다. 점심은 늘 직접 만들어 먹는 편이고, 점심을 먹고 나면 오후 4~5시까지 작업을 이어가요. 해가 떠 있는 동안 작업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서 저녁이 되면 집중력이 훅 떨어지더라요. 그래서 되도록 낮에 작업하는 루틴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전시는 김은주 작가님과 함께하는 듀오전입니다. 두 분이 워낙 가까운 사이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김은주 작가님께는 첫 만남에 대해 여쭤보았으니, 작가님께는 조금 다른 질문을 드려볼게요. 오랫동안 가까이 지내며 발견한 두 분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작가님과 한동네에 살며 가까이 지낸 지도 꽤 오래되었는데요. 저희는 닮은 점보다 반대되는 면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내향적인 작가님에 비해 저는 외향적이고, 작품 만들 때도 작가님은 좀 더 고민하는 편, 저는 즉흥적으로 만들어가는 편이에요. 대화 방식도 작가님이 쿠션형이라면, 저는 비교적 직설적인 편이랄까요. 다른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참 좋아하는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식성은 꽤 비슷해요. 둘 다 슴슴한 맛의 음식을 선호하고 군것질을 잘 하지 않아서, 카페에 가면 디저트 안 시키고 커피만 마시는 것도 비슷합니다. 또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고 나누는 것도 좋아하고요! Q. 《유리와 이끼 서점》이라는 제목처럼,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책’이 있습니다. 김은주 작가님이 유리로 서점 안의 물건들을 채웠다면, 오수 작가님의 작업은 그 서점을 둘러싼 풍경을 완성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나눠주세요. A. 처음 전시를 구상할 때 저는 반짝이는 유리 조각의 풍경이 되어주는 푸릇푸릇한 것들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공간 한쪽에서 폭포처럼 길게 내려오는 <무빙 그린>과, 공중에 떠 있는 씨앗의 이미지를 닮은 <그로잉 그린>을 자연스럽게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또 이번 전시 제목인 서점과 어울리는 오래된 책과 사전 속 이미지에 펠트로 프레임을 만든 <포근한 테두리> 시리즈도 만들었어요. 조금 더 다채로운 풍경을 만들고 싶어 여러 형태의 작업을 제작했습니다. Q. 이번 전시작 중에서도 오래된 식물과 광물, 유물과 신화 속 이미지를 뜨개질과 펠트로 감싼 작업이 눈에 띕니다. 평면의 이미지가 도톰한 뜨개와 펠트에 둘러싸이면서 묘한 입체감을 갖게 되는 점이 재미있어요. 어떤 것은 마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이런 형태의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A. 말씀하신 <포근한 테두리>는 오래전 여행하며 모은 우표나 티켓, 그리고 사진 위에 여행의 기억을 기념하기 위해 작게 뜨개질로 프레임을 만들어준 <수브니흐 수브니흐>의 연장선에 있는 작업인데요. 이번에는 뜨개보다 표현이 조금 더 자유롭고 회화적인 재료인 펠트로 프레임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이번 전시를 계기로 더 다양한 펠트 프레임 작업을 시도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완성한 작업에 포근한 테두리(Cozy Frame) 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Q. 《유리와 이끼 서점》에서 ‘이끼’를 맡으셨을 만큼, 작가님 작업의 많은 부분은 식물을 모티프로 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식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으신 것 같아요. 언제부터 식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셨는지, 그리고 그 관심이 자연스럽게 작업의 주요 소재로 이어지게 된 과정도 궁금합니다. A. 산과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환경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피부병과 알레르기가 심해서 계절이나 공기에 남들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자연의 변화를 좀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고요.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작업을 할 때도 다른 소재보다 자연에서 온 것들에 먼저 마음이 가게 된 것 같습니다. Q. 작은 나뭇잎 같은 오브제부터 공간을 채우는 크고 입체적인 조형물까지, 작업의 크기와 형태도 다양해요. 스케일에 따라 작업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 각각에서 느껴지는 다른 재미나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A. 큰 스케일의 작업과 작은 스케일의 작업이 한 공간 안에서 뒤섞여 함께 있는 모습이 저에게는 하나의 샐러드처럼 느껴져요. 샐러드를 완성하려면 큼직한 재료도 필요하고 작은 재료도 필요하듯, 작업에서도 각각의 크기와 형태가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면서 전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해요. 작업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큰 스케일의 작업은 주로 제 작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풍경’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작은 작업은 그 풍경 안에 존재하는 조금 더 섬세하고 사소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Q. 김은주 작가님과 하나의 공간을 함께 채워가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이야기도 많았을 텐데요. 전시를 준비하며 나눈 대화나 함께한 순간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A. 특별한 한순간이 기억나기보다는, 작업을 핑계로 또 전시를 핑계로 평소보다 더 자주 만나고 일상을 많이 공유하게 된 시간이 기억에 남아요. 작가님이 고민하며 작업을 보여주시면 전 늘 “좋은데요?”라고 대답했어요. 함께 나눈 대화보다는 같이 먹은 점심 메뉴들이 더 많이 생각납니다.(웃음)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이 참 즐거웠어요. Q. 서점을 주제로 한 전시인 만큼 이 질문은 빼놓을 수 없겠어요. 지금 《유리와 이끼 서점》의 책장에 딱 한 권의 책을 꽂는다면 무엇을 고르고 싶으신가요? 그 책을 처음 읽었던 장소나 당시의 마음, 오래도록 좋아하게 된 이유까지 함께 들려주세요. A. <식물의 정신세계>를 고르고 싶어요. 식물에 관심을 가지면서 도서관에서 여러 책을 찾아보던 중 만나 좋아하게 된 책입니다. 식물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굉장히 독특하고, 식물의 움직임과 그것을 관찰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도 뛰어나서 인상 깊게 읽었어요. 글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서 여러 줄기가 서로 얽히면서 자라나는 듯한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했거든요. 좋아하는 문장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를 인용하자면 이런 글도 있어요. “식물의 뿌리는 대지 속을 탐색하듯 파 들어가며, 싹이나 잔가지들은 일정한 동그라미 형태로 움직이고, 잎사귀나 꽃들은 다양한 변화를 보이면서 구부리거나 떨고, 덩굴손들은 주변 환경을 살피려고 더듬기라도 하듯 유령처럼 팔을 뻗는다는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전시를 찾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일이나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작업이 있으시다면 함께 이야기 나눠주세요. A. 제가 전달해 드리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전시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작품을 어떻게 보실지 너무 궁금합니다. 앞으로는 그동안 손에 잡았던 것들을 놓지 않고 긴 호흡으로 이어가면서, 다양한 텍스타일 재료 안에서 새로운 형태를 계속 탐구해 보고 싶어요. 김은주&오수 작품전 《유리와 이끼 서점》은 2026년 9월 4일부터 9월 13일까지, 녹사평 티더블유엘 4층 handle with care 에서 진행됩니다. Editor 오송현Photo 이승아, 김은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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