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겨울이 시작되는 12월, 작품전 《어스름 나라에서》를 앞두고 고지영 작가와 전시에 관해 서면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오자크래프트의 도예 작품과 듀오 전시를 준비하며 그린 신작과 그간의 작업 과정까지, 차분히 주고받았던 대화를 여기 나누어 봅니다. Q. 안녕하세요. 전시로는 처음 인사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고지영입니다. 반갑습니다. Q. 작업 공간에서 작가님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합니다. 정해진 루틴이 있으신지요. A. 하루 중 대부분을 작업을 하며 지내기에 매일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집 주변으로 한 정거장 이상의 거리를 나가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매우 심플한 일상이네요. Q. 오랫동안 작가의 길을 걸어오셨어요. 처음 그림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 전업 작가의 길을 걸어오시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A. 스스로 전업작가를 선택한 적은 없지만, 어느 지점의 계기들이 이어져 지금과 같은 결과가 된 것 같아요. 때마다 돈도 필요했고, 호기심에 그림을 그리는 아르바이트도 참 많이 했었습니다. 아이들, 학생들과의 문답을 즐겨서 여러번 수업한 일도 저에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다만, 무슨 일을 하더라도 일을 다 마치고 돌아와서도 매일 하고 싶은 작업이 있었기에 그게 선택이라면 선택일 수 있을 듯 해요. 제게 별다른 재능이 없다는걸 인정하고 나서는 마음 편히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Q. 이번 전시의 타이틀, 《어스름 나라에서》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명 단편동화 제목을 빌려왔습니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슬프지만도 기쁘지만도 않은 정서가 느껴져서 제안드린 타이틀이었어요. 작가님이 추구하시는 작업 방향을 생각하셨을 때 전시 타이틀이 어떻게 다가왔는지 궁금합니다.A. 개인전이 아닌 오자크래프트 작가님들과 함께하는 전시라는 측면에서 제 작품도 다르게 읽히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전시에 제목을 달지않은지는 꽤 오래된 일이라, 읽는 시선이 느껴지는 전시 타이틀이 생긴 것도 좋았습니다. Q. 작품 이야기로 들어가면, 오랫동안 소재로 삼으신 ‘집’ 외에 다양한 소재들이 눈에 띕니다. 이 소재들을 선택하게 되신 배경이나 모티브가 궁금해요. A. ‘집’은 제 작업에서 “조형적가치 vs 리얼리티” 라는 중요하게 다루는 질문들을 연습하기에 적합한 소재여서 오랫동안 작업해 왔습니다. 저에게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좋은 예술 작업들은 평가되는 시기와 상관없이 다른 질문들을 가지고 늘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에요. 집과 나무처럼 서술과 서사, 설명, 묘사를 배제할 수 있는, 기호처럼 읽히는 대상을 자주 다루고자 합니다. Q. 평소 작업하실 때 특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A. 타자의 위치를 가능하게 하는 ‘거리감’은 그림을 읽어내고 감상할 때 꽤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 거리감을 완성하기 위해 작업의 소재와 맞는 캔버스 사이즈를 고르는데에도 꽤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색감의 경우 소재에 대한 가독성을 방해할 수 있는 색감을 선택하는데, 특정한 색을 지정했다 하더라도 회색으로 읽히는 색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또, 한 주제로 오래 작업을 진행해 온 터라 ‘동일하지 않은 반복’을 만드는 데 충실하고자 합니다. Q. 앞으로 계획한 일들이나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A.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작업은 아직은 떠오르지 않네요.(웃음) 단지 어제 작업한 그림에 후회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이 글을 마치기 직전까지 작업하던 그림보다 좀 나은 모습으로 다음 작업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지영&오자크래프트 작품전 《어스름 나라에서》는 2023년 12월 31일까지 녹사평 티더블유엘 4층 handle with care 에서 진행됩니다. ☞ 전시 소개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