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으로 달라진 공기에서 가을의 예감을 느끼며, 툴프레스와 인도로 간 빠리지엔의 듀오 패브릭 기획전 《Encore Villa Lettre》을 앞두고 인도로 간 빠리지엔과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3년 전 첫 협업 기획전 이후, 두 번째로 진행한 두 브랜드의 협업에 대해 흥미로웠던 이야기를 여기 나누어 봅니다. Q. 안녕하세요, 대표님.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전시를 찾으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A. 안녕하세요. 저는 인도의 우드블럭 프린팅에 매력을 느끼고, 〈인도로 간 빠리지엔〉이라는 이름으로 인도 현지 제작자와 협업하여 국내에 우드블럭 패브릭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연의 요소와 협업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우드블럭 프린팅은 번짐과 엇박자의 미학을 특징으로 하는 패브릭입니다. 효율성과는 거리가 정말 멀지만 묵묵한 작업과 반복이 만들어내는 인도 패브릭만의 아름다움에 애착을 갖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함께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행복하고요. Q. 파리 유학 중 인도 원단의 매력에 빠지신 이후 지금까지 한국에 우드블럭 패브릭을 소개하고 계세요. 인도로 간 빠리지엔을 시작하셨을 때로부터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는데, 처음과 지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 인도와의 협업 방식이나 현지의 환경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궁금해요.A. 파리 유학 중 인도를 좋아하게 된 이후 인도를 자주, 거의 매달 한 번씩 갔었어요. 그들과 일년의 반을 함께 지낸지도 몇 년이 지났네요. 지금은 제가 오히려 인도에 쉬러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인도인들의 ‘No Worries’ 라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이렇게 예쁜 작업을 만들어 준다고 여겨져요. 마음이 부드럽고 말랑말랑해야 작업도 편해짐을 느낍니다. 지금은 그들의 세계관과 이념을 존중하게 되었고, 그들만의 속도와 흐름을 구매하는 분들에게도 권하고 있어요. Q. 이번 전시명은 《앙코르 빌라레뜨》입니다. 2021년부터 매 해 소개하던 빌라레뜨를 녹사평의 새로운 공간에서 선보이는 전시로 툴프레스와는 3년 만의 협업이지요. 올해 기획전을 준비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야기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A. 이번 기획전을 준비하던 중 인도가 이십년만의 재난 폭우로 작업을 일찍 시작했음에도 속도가 더뎌졌어요. 준비를 철저히 해도 기후와 습도가 발목을 잡았지만 이런 상황도 이해해 주셔서 편하게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소재 선택과 디자인도 함께 의견을 나누고 웃으며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번지고 물든 부분, 핸드 스티치 하나하나의 샘플에도 감동해 주셔서 행복했어요. 올해도 패브릭을 오랜 시간 자신만의 것으로 길들이는 마음을 생각하며 작업했습니다. 컬러의 채도와 바느질 땀, 색의 조합, 솜의 두께와 솜이 뭉치지 않도록 배치한 손바느질까지 많은 부분을 신경썼어요. 물 위에서 퍼지고 늘어지고 달아나는 물감의 표면을 스탬프를 찍듯 우드블럭 작업을 행하는 작업자의 호흡, 그 곳의 공기, 온도와 습도, 물감의 점성과 배합, 패턴 생성의 라인 두께, 심지어 물을 담는 용기의 연식, 매 작업 과정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우연까지. 우드블럭 프린팅의 모든 요소는 어느 하나 비중이 작은 게 없습니다. 툴프레스의 패턴에, 거즈와 아사면의 조합, 코튼슬럽 소재를 활용한 협업 제품을 만들고 소개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Q. 대표님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브랜드 이야기 뿐 아니라 크고 작은 일상의 이야기들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계세요. 인도와 한국을 오가는 것만으로도 바쁘실 것 같은데 다양한 곳을 찾고 많은 분들을 만나고, 틈틈히 책을 읽고 직접 요리를 하기도 하세요. 보는 입장에서는 흥미로웠지만 도대체 이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일까 궁금해지곤 합니다. 한편으로는 작업적 모티브가 다름아닌 대표님 생활 곳곳에 놓여있겠구나 싶었고요. 대표님이 지닌 에너지와 이야기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A. 요즘에는 여러 종류의 간장을 사서 맛을 보고 졸이고, 맛간장을 만들고 있어요. 이런 과정들도 레시피 패브릭으로 만들어 보고 싶을 만큼 씨간장과 발효, 여러가지 용기에 담기는 과정들을 반복하며 힐링도 하고 아이디어도 얻습니다. 또 탭댄스에 푹 빠져 있어요. 탭과 스탭에 온전히 집중하면서 제 근육과 발끝을 사용하는 경험을 통해 사랑스러운 패브릭과 의류들을 생각해 내곤 합니다. 책은 약간의 활자 중독이 있어서 읽는 걸 좋아해요. (웃음) Q. 올해 소개하는 제품 중, 대표님이 소장하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A. 수작업 원피스와 키치한 베스트, 툴프레스의 체리앤컵 이불이에요. 수작업 원피스에 사용한 패브릭은 진정한 핸드메이드 작업이고 정말 공이 많이 들어간 소재입니다. Q. 전시를 찾으시는 관람객 분들에게 전하시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려요.A. 전시에 오시는 분들께서 우드블럭 프린팅의 우연과 번짐, 아날로그.손맛의 묘미, 공들임의 가치를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물감 섞는 일부터 묽고 진한 농도를 가늠하는 일까지, 제가 직접 현지 작업 현장에 가서 살펴 보고 애정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Q. 과거 빌라레뜨에서는 패턴에 중심을 두되 기본 생지를 첸나이에서 공수하는 일에 집중하고 계시다고 하셨어요. 예쁜 그림으로 패턴을 만드는 동시에 하부타이 실크와 패브릭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싶다고도 하셨고요. 〈인도로 간 빠리지엔〉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함께 이야기 나눠주세요.A. 앞으로는 좀 더 심플한 디자인으로 소재에 집중하고 싶고 오래 소장하고 싶은 것들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물론 인도의 속도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부드럽게 이해해 주시는 분들과 천천히 만들고 싶습니다. 툴프레스 & 인도로 간 빠리지엔 듀오 패브릭 기획전 《Encore Villa Lettre》은 2024년 8월 30일부터 9월 22일까지, 녹사평 티더블유엘 4층 handle with care 에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