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통해 깊은 울림을 전하는 조각가, 스기사키 마사노리의 국내 전시가 어느덧 네번째를 맞이했습니다. 작가가 머무는 미야기의 산에서 봄볕의 온기를 닮은 작품이 건너올 무렵, 그곳에도 봄이 당도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어요. 시간이 흘러도 늘 변함없이 묵묵히 작업을 이어가는 조각가의 근황과 함께, 전시작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작년에는 새해의 시작과 함께 전시를 열며 안부를 여쭈었는데 올해는 봄에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A. 작년과 동일하게 작품 제작 활동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수십년간 생활 리듬의 변화 없이 늘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Q. 《사귀게 된 돌》, 《돌의 여음》, 작년의 《조용한 공명》 展에 이어 올해 네 번째로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COVID-19’로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시 일상의 많은 제약이 사라졌어요. 작가님의 작업 방향이나 작품을 통해 추구하시는 것도 변화가 있으셨을지 궁금합니다. A. 제 공방과 집이 있는 곳은 산으로, 사람보다 야생 동물이 더 많은 환경입니다. 때문에 생활적인 면에서 코로나 19의 영향에 따른 변화는 거의 없었는데, 전시는 중지되거나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Q. 작년에는 석재 만큼이나 목재를 소재로 한 조각 작품도 많이 소개해 주셨습니다. 요즘 가장 몰두하고 계신 소재가 있는지, 혹 새롭게 작업해보고 싶은 소재나 시도가 있는지 들려주실 수 있나요?A. 작품 소재는 여전히 돌, 점토, 나무를 사용합니다. 다양한 소재를 사용할수록 소재 각각의 특성과 장점을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도 적재적소로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고 싶습니다. Q.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작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A. 이번 전시작 중에서 가장 큰 작품은 ‘나무에 기대어 꿈을 꾸는 사람’입니다. 만원 전철 속에서 손잡이에 기대어 서서 자고 있는 사람을 떠올려보았어요.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로 떠난 느낌을 상상하며 만들었습니다. Q. 이번 전시작의 목조각 중, 〈Swimming whale〉의 질감이 인상깊었습니다. 목재이지만 밝은 색상,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부서지는 물결이 떠오르는 섬세한 표면이 아름다워요. 작품의 모티브와 작업 과정에서 특히 중점을 두신 부분이 궁금합니다.A. 고래 작품에 대해 정확하게 표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꼬리를 살짝 누르면 앞뒤로 흔들려 파도를 헤치고 헤엄지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끌 자국을 크게 하여 수면 아래 고래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Q. 단단한 물성의 석재를 조각하는 작업을 상상해보면 고독하게 정진하는 수도자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작업을 하다보면 힘든 순간도 있을텐데, 그럴 때 휴식하거나 작업을 이어갈 동력을 얻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으실지요. A. 매일매일의 리듬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집중력이 끊기지 않도록 2시간 동안 일하고 휴식, 이 루틴을 하루에 4번 반복하고 있습니다. Q. 전시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손 안에 들어오는 작은 조각을 개인의 일상에서, 사적인 공간 속에서 즐겨 주시길 바랍니다. 많은 한국분들이 인스타그램을 봐주시고 메시지를 주셔서 감사하게 여기고 있어요. 작품 제작에 큰 격려를 받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진행 중인 작업이나 올해의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A. 지금까지 100을 했다면 101이 되는 것의 정도의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도 한국, 대만, 일본에서 전시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돌, 나무, 점토로 작품의 가능성을 추구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스기사키 마사노리 조각전 《Serenity Waves》는 2024년 5월 12일까지 녹사평 티더블유엘 4층 handle with care 에서 진행됩니다. ☞ 전시 소개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