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건너》 후쿠시 하루카 인터뷰

봄과 여름이 포개어지던 5월 중순 무렵, 어느덧 국내 네 번째 개인전을 앞둔 후쿠시 하루카 작가와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계절을 건너》는 ‘완만한 변화’에 대한 작가의 사유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계절의 순환, 감정의 흐름, 성장의 속도를 담담히 바라보고 그 모든 순간을 유리 작업에 담아내기까지. 후쿠시 하루카 작가가 건네온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어봅니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솔솔》 전시 이후 1년 만에 인사드립니다. 올해도 벌써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네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A. 2024년에는 아틀리에와 집, 두 공간 모두 이사를 했어요. 새로운 환경에서 늘 거센 파도를 헤치며 헤엄치는 듯한 기분으로 정신없이 작업에 몰두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울이 왔구나’ 싶은 무렵에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었고, 어느덧 이곳에서의 생활도 1년을 훌쩍 넘겼더라고요. 최근 들어서야 비로소 제 리듬을 되찾은 느낌입니다. 이제 차분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Q. 《봄의 휘파람》, 《봄은 비스듬히》, 《솔솔》에 이어 올해 한국에서 네 번째 개인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봄을 맞는 3월에 전시를 진행했다면, 이번엔 여름으로 넘어가는 5월에 한국 관람객을 만나게 되었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작품을 선보이시나요? 전시에 담긴 이야기와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A. 네 번째 개인전인 만큼 작품 전반의 인상이 더 폭넓게 느껴질 수 있기를 바랐어요. 지금까지 소개해 온 것처럼 따뜻하고 선명한 봄·여름의 색감을 담은 작품과, 보다 차분한 가을·겨울의 이미지를 더해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구성을 목표로 작업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주로 작년 가을부터 올해 봄에 걸쳐 제작한 작품을 선보이는데요, 그 계절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과 이런저런 생각, 그리고 다가올 여름에 대한 생각 등 사계절 내내 떠오른 색과 형태들이 담겨 있습니다. Q. 작년에는 튤립으로 가득 찬 공간을 상상하며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은 작품을 선보이셨지요. 이번에는 계절을 따라 변화하는 색과 생각들을 만나볼 수 있을 거라 하니 더욱 기대됩니다. 전시를 준비하며 ‘완만한 변화’를 주제로 삼고 싶다는 이야기도 전해주셨는데요. 특히 ‘완만한’이라는 표현이 인상 깊었어요. 어떤 마음으로 이번 작업에 임하셨는지 궁금합니다.A. 육아 중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장을 지켜보는 시선으로 작업한 작품이 늘어난 것 같아요. 계절의 흐름, 흔들리는 감정, 상태를 바꾸며 계속 이어지는 것들…. 변화하는 것을 즐겁게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모티프들이 서로 연결되며 이번 작업이 완성되었습니다. 사람이 과거를 돌아보고 변화를 느끼기까지는 약간의 시차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완만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조금씩 변화를 깨닫고, 받아들이고, 그리고 또 나아가는 것. 이번 전시는 그런 담담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의 작품 노트를 읽다 보면, 작업의 모티프가 되는 심상이 유독 구체적이라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단순히 ‘음악을 듣고 떠오른 장면’이라고 적을 수도 있는 내용도 “The Isley Brothers의 'Summer Breeze'를 들으며, 황혼이 내려앉은 해변과 자스민 향이 감도는 나른한 정경을 떠올렸다”고 표현하시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야기의 배경이 또렷하니, 작품을 이해하거나 몰입하는 데에도 한층 도움이 되는 것 같은데요. 이렇게 구체적인 이야기의 단서는 기억에서 비롯되는 걸까요, 아니면 상상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더 많을까요?​​A. 제 작업은 ‘마음속에 깊게 남는 한순간을 표현하고 싶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합니다. 직접 겪은 경험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음악을 듣고 상상한 정경이나, 어떤 문장을 읽고 떠오른 장면 등 출발점은 다양해요. 무의식적으로 그린 드로잉에서 계기를 얻게 될 때도 있고요. 지난 개인전에서 핸들위드케어 팀의 제안으로 작품에 짧은 글을 덧붙이는 작품 노트를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제 상상을 유리란 형태로 구현할 때, 언어로도 표현해 보는 단계가 추가된 것이죠. 관람객들이 작품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면 참 기쁜 일인 것 같습니다. 핸들위드케어 팀의 조언에 진심으로 감사했어요. 「escapism」, Fukushi Haruka Q. 작업을 하다 보면 마음이 느슨해지거나 어려운 시기를 마주하는 순간도 분명 있으실 텐데요. 그럴 때는 어떻게 쉬어가시고, 다시 작업으로 돌아올 힘은 어디에서 얻으시나요?A. 우선 가장 중요한 건 ‘잠’입니다. 힘들 때는 대부분 수면이 부족할 때여서, 밤에는 의식적으로 잘 자려고 해요. 그리고 또 ‘보는 풍경을 바꾸는 것’인데요, 제가 특히 좋아하는 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나가서 걷는 거예요. 물가나 초록 풍경을 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기운이 납니다. 밖에 나갈 시간이 부족할 때는 소설이나 시를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그 세계를 상상하면서 기분 전환을 해요. 가라앉은 마음을 전환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감동이나 깨달음이 다시 창작의 씨앗이 되어 다음으로 나아갈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escapism'이라는 작품은 허구의 세계로 정신적인 도피를 하는 제 모습에서 착안하여 만든 작품입니다. Q. 유리 공예가로서 작업을 이어오신 지도 어느덧 15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이번 전시의 주제처럼 완만한 변화가 계속되었겠지요.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며 어떤 크고 작은 변화를 마주하셨는지,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온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A. 대학교 졸업 이후부터면 15년이 되었네요. 정말 무아지경으로 달려온 시간이었고, 그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게 가장 큰 전환점은 2017년부터 파트 드 베르(Pâte de verre)’ —고운 유리 파우더를 석고 틀에 부어 만드는 방식—를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유리로 그림 같은 입체를 만들고 싶다’, ‘벽을 장식할 수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는 생각으로 방법을 찾던 중에, 방향을 틀 수 있었던 건 참 행운이었어요. 이 기법으로 작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벌써 8년째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뭔가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요. 이 길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고 지금의 제게 말해주고 싶어요. Q. 핸들위드케어에서 여러 차례 전시를 선보이며 매년 하루카 작가님의 전시를 기다리는 분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이번 전시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A. 한국 관람객 여러분, 전시에 찾아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자신의 주변에서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풍경은 누구의 마음속에나 크고 작은 형태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을 보시며 각자의 기억이나 감정과 연결되는 순간이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치며 즐겁게 감상해 주세요. 후쿠시 하루카 개인전 《계절을 건너》는 2025년 5월 30일부터 6월 8일까지, 녹사평 티더블유엘 4층 handle with care 에서 진행됩니다. Editor 오송현Photo 이승아, 후쿠시 하루카 제공

Handle with Care

logo
LOG IN 로그인
  • Ongoing Exhibition: 계절을 건너
    • Exhibition Archive
      • Exhibition Pieces
        • ALL
        • 틈, 빛, 실
        • Shaping Eternity
        • Loving Imperfections
        • Embracing
        • 오래된 사이
        • 꽤 짙은 기억
        • Serenity Waves
        • 월영유화 月影鎏畫
        • 가지런히 • 봄
        • 오 • 마주 • 봄
      • Journal
        • Guide
          • About
          • FAQ
          • 1:1
          • Notice
          • Review

        Handle with Care

        logo logo
        • Ongoing Exhibition: 계절을 건너
          • Exhibition Archive
            • Exhibition Pieces
              • ALL
              • 틈, 빛, 실
              • Shaping Eternity
              • Loving Imperfections
              • Embracing
              • 오래된 사이
              • 꽤 짙은 기억
              • Serenity Waves
              • 월영유화 月影鎏畫
              • 가지런히 • 봄
              • 오 • 마주 • 봄
            • Journal
              • Guide
                • About
                • FAQ
                • 1:1
                • Notice
                • Review
              Search 검색
              Log In 로그인
              Cart 장바구니

              Handle with Care

              logo logo

              Handle with Care

              logo logo
              • Ongoing Exhibition: 계절을 건너
                • Exhibition Archive
                  • Exhibition Pieces
                    • ALL
                    • 틈, 빛, 실
                    • Shaping Eternity
                    • Loving Imperfections
                    • Embracing
                    • 오래된 사이
                    • 꽤 짙은 기억
                    • Serenity Waves
                    • 월영유화 月影鎏畫
                    • 가지런히 • 봄
                    • 오 • 마주 • 봄
                  • Journal
                    • Guide
                      • About
                      • FAQ
                      • 1:1
                      • Notice
                      • Review
                    Search 검색
                    Log In 로그인
                    Cart 장바구니

                    Handle with Care

                    logo logo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사업자정보확인

                    상호: 핸들위드케어 | 대표: 김희선, 길우경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길우경 | 전화: 070-4900-0104 | 이메일: withcare.twl@gmail.com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녹사평대로40나길 34, 4층 | 사업자등록번호: 636-09-01096 | 통신판매: 2020-서울용산-1658 | 호스팅제공자: (주)식스샵

                    floating-button-i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