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잊히지 않는 순간이 있습니다. 스치듯 짧게 지나가지만, 마음 한편을 환하게 비춰준 작은 기억 하나로 자신을 다시 일으키곤 하는 찰나입니다. 박소희 작가에게는 오랜 고민 끝에 만든 호롱에 첫 불을 붙이던 밤이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오는 11월 11일, 박소희 작품전 《남겨진 그림자》를 엽니다. 고미술 상점 고복희(古福囍)의 가구 위에서 피어오르는 호롱의 불빛으로 다가오는 겨울의 시작을 따뜻하게 물들이려 합니다. 온기를 품은 호롱은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전시장을 채웁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전통 유물의 형태와 색감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똬리, 감, 무릎과 같은 연적의 형태를 모티브 한 호롱과 더불어, 새로운 시도를 더한 현대적인 형태의 호롱도 함께 소개합니다. 호롱의 곁에는 그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고가구가 놓입니다. 시간의 흔적과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고복희의 서탁과 소반, 등잔대가 어우러져, 호롱의 불빛이 오래된 사물 위에 새겨진 시간의 온기를 비춥니다. ‘나의 작은 불빛이 화려하게 빛나기보단 조용히 어둠을 비추어 줄 수 있길 바라며’. 박소희 작가가 호롱 곁에 늘 덧붙이는 문장처럼, 이번 전시 속 호롱의 장면이 따뜻한 위로의 형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with- 전시기획: 핸들위드케어- 포스터 디자인: 이재민 ◆ 2025년 11월 11일 - 2025년 11월 23일◆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 070-4900-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