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이유진 인터뷰

싱그러운 색채와 여린 꽃빛, 바람결이 스쳐 간 듯 유려한 모양. 전시를 준비하며 이유진 작가의 작업을 곁에 두고 바라볼 때마다, 아직 닿지 않은 봄 내음을 한발 앞서 맡는 것처럼 마음이 자꾸만 간질거렸습니다. 작가 역시 긴 겨울 끝에 봄의 시작을 알리는 노란 산수유꽃을 떠올리며 작업을 준비할 때 가장 설렜다고 합니다. 도예와 처음 인연을 맺은 순간부터 흙 위에 담아낸 세밀한 마음들까지, 이유진 작가와 나눈 따뜻한 대화를 여기 나누어봅니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핸들위드케어 전시를 통해 처음 인사드립니다. 먼저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드려요.A. 안녕하세요, 도자 작업을 하는 이유진입니다. 주로 그릇을 만들고, 그 안에 자연의 색감을 담아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어요. 7년 전 딱 이맘때, 한남동 핸들위드케어에 방문했었는데요. 참 따뜻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한 공간이라 생각하며 둘러보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시에는 공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도예과에 갓 입학한 대학생이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곳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네요. 신기한 마음과 함께 스쳐 지나간 시간이 떠올라 이번 전시가 더욱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Q. 작업실에서 일과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작가님만의 작업 루틴이 있다면 함께 들려주세요.A. 오전에 일어나면 제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 도헌 작가가 아침을 준비해 주어 같이 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저녁에 먹을 도시락을 챙겨 함께 작업실로 가요. 공방은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어 산책 삼아 걸어서 갑니다. 가끔은 출근 전, 집 뒤편의 산으로 등산을 다녀오기도 하고요. 작업실에 도착하면 전날 해둔 작업물의 상태를 확인하고, 그날 정해둔 계획에 맞춰 기물을 관리해요. 그리곤 잠시 커피를 마시며 키우고 있는 식물들을 살피고, 도헌 작가와 작업 일정을 나눈 뒤 각자의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날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치고 난 뒤에는 작업들이 문제없이 잘 있도록 챙겨준 후 둘이 함께 집으로 돌아가요. 평소에는 대부분 작업만 해서, 거의 매일 작업실에 꼭 붙어 이 루틴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요. Q. 처음 도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여러 재료 중에서도 흙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A. 도예를 처음 접하게 된 건 대학교에 들어오고부터예요. 고등학생 때 이것저것 고민하다 우연히 도예학과를 알게 되었는데, 갑자기 너무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해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네요. 학교생활을 하며 흙을 만지고, 깎고, 색을 입히고, 굽는 모든 과정이 너무 좋았어요. 특히 물레 작업을 가장 좋아했는데, 점점 제가 만드는 기물만의 형태감이 생긴다는 걸 느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잔을 만드는 하나의 과제에도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생긴 잔들을 만들어 오거든요. 그 과정에서 제 손으로 만든 것에 더욱 애착이 생겼고, 집에 가져와 직접 사용할 때는 정말 설렜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흙이라는 재료와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작가님은 유약의 색과 흐름을 통해 자연이 만들어내는 섬세한 순간을 표현하시지요. 이를테면 이른 아침 들판에 머무는 연한 풀빛처럼, 구체적인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자연을 작업의 주요한 모티프로 삼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A. 어릴 적 강원도 홍천에서 지냈어요. 제가 바라보는 모든 곳에 산이 있었고, 그렇게 매일 자연을 곁에 두며 지내왔습니다. 서울에 와서도 집 앞에 큰 산책로가 있어 사계절 피고 지는 나무들을 관찰하는 시간이 늘 자연스러운 일상이었어요. 자연은 저에게 늘 가까우면서도 익숙했기에 항상 편안함을 주는 대상이에요. 그 감각이 작업 중에서도 특히 유약의 색감을 선택할 때 많이 드러나게 된 것 같아요. 또 자연은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어요. 같은 나무의 잎들도 하나하나 모두 다른 것처럼요. 제 그릇도 약간의 형태와 기울기, 두께에 따라 유약의 흐름이 모두 달라요. 이 모습이 저에게는 가장 편안하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져요. Q. 이번 전시 <미세>는 김도헌 작가와 함께합니다. 두 분 모두 가마 속에서 유약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미세한 아름다움을 마주하는 우연성을 즐기시지요. 작가님이 보시기에 두 분의 작업에서 닮은 점과 또 서로 다른 고유한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A. 저희 둘의 작업물은 모두 미세한 차이가 있어요. 모든 것을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조금씩은 오차가 생기게 되고, 그에 따라서 유약의 상이 크게 변하거든요. 절대로 똑같이 만들 수 없어요. 예측도 불가하고요. 이런 변화를 바라보는 일을 즐기면서 그 모습을 그대로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닮아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매력이라 함은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앞 질문에서도 사람마다 물레 작업의 선이 다르다고 답한 것처럼, 저희 둘의 기물을 놓고 보았을 때 다른 분위기가 느껴져요. 또 유약을 실험하는 과정에서도 각자의 취향으로 질감과 색감을 고르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 서로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Q.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각각의 전시작에 담긴 이야기와 함께 인상 깊었던 작업 과정이 있다면 이야기 나누어 주세요.A. 저는 개인적으로 겨울을 무척 힘들어해서 얼른 봄이 오길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서 그 마음을 가득 담아 여러 색감의 그릇을 준비했습니다. 겨울이 가고 따뜻한 공기가 채워지면 천천히 자신의 순서에 따라 꽃을 피우고, 열매가 맺힐 풍경을 상상했어요. 그중에서도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노란 산수유꽃을 닮은 색감의 그릇을 준비할 때 가장 설렜습니다. 또 처음으로 그릇이 아닌 벽 작업도 해보았어요. 제 유약에서만 볼 수 있는 색감과 질감을 정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작업을 시도해 보고 싶었거든요. 물레 작업에서 잠시 벗어나 그림을 그리듯 자유롭게 자른 평면 위에 여러 색의 유약을 입히며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Q. ‘산수유’ 작업 이야기를 들으니, ‘살구’처럼 보드라운 색이름들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강렬하기보다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여린 색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고민과 실험을 거쳐오셨는지 궁금해요.A. 주로 그릇을 만들기 때문에 음식과 함께하는 모습을 항상 상상해요. 단순히 마음에 드는 색을 고른다기 보다는 실제 그릇에 담길 음식과 잘 어울리도록 미세한 조정을 하며 여린 빛들을 찾아갑니다. 그래서 유약의 색 하나를 결정할 때도 필수적으로 많은 실험이 필요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꽤 오래 거쳐요. 형태에 따라서도 색이 보이는 느낌이 많이 달라지거든요. Q. ‘바람’ 시리즈는 실제로 바람이 훑고 지나간 자리가 남아 있는 듯한 유려한 선이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비정형의 곡선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A. 항상 그릇이 휘지 않도록 긴장하며 작업하다, 어느 날은 흙이 아직 축축해서 가장 조심스러워야 하는 순간에 과감히 휘어보고 싶었어요. 양손에 올려 살짝 쥐어보는데 자연스럽게 생기는 선들이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물레 작업은 원심력 때문에 원형의 작업을 주로 하게 되는데, 원이 아닌 곡선이 주는 자유로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리저리 휘어보며 마음이 가는 대로 제작하게 된 작업입니다. 가마에 굽고 나서 보니 그 당시의 저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 마치 바람이 스쳐 지나간 것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이 시리즈 이름은 ‘바람’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Q.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다 보면 어려움에 부딪히는 순간도 있을 텐데요. 그럼에도 변하지 않고 지키고자 하는 태도나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A. 매번 되새기며 지키려고 하는 것은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마음입니다. 제 손에서 만들어졌지만 결국 누군가의 품에서 그분들과 시간을 함께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필연적으로 작업의 어려움은 늘 찾아오지만, 제 작업을 찾아주시고, 잘 사용하고 계시는 모습을 마주할 때 가장 큰 힘을 얻는 것 같아요. Q. 작가님께서 고대하던 봄의 길목에 맞춰 전시가 시작되네요.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을 맞이하기도 하고요. 이번 전시를 찾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A. 이제 곧 푸릇한 봄을 맞이하겠네요. 따스한 햇살과 바람이 불어오면서 생명의 기운이 가득해질 모습이 기대됩니다. 그 모습을 떠올리며 전시장에 놓인 그릇들도 자연을 바라보듯 편안하게, 그리고 찬찬히 감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도헌&이유진 작품전 《미세》는 2026년 3월 6일부터 3월 15일까지, 녹사평 티더블유엘 4층 handle with care 에서 진행됩니다. Editor 오송현Photo 이승아, 이유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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