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수를 정말 좋아합니다.” 대화 속에서 유독 마음을 파고드는 말은 의외로 단순한 문장일 때가 있습니다. 신설화 작가와의 대화에선 좋아하는 마음을 향한 이 명쾌한 고백이 그러했습니다. 모든 답변에 자수를 향한 애정이 담뿍 묻어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이토록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태도에 어쩐지 마음이 수줍어지는 동경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삶에서 분명 중요하다고 믿는 가치이건만, 정작 스스로는 확신이 없어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상대가 건네는 당당한 고백에 머리가 띵해지는 기분이 들었달까요. 이곳에 나누는 이야기들이 클로버 호텔에 머물며 마주친 행운 중 하나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핸들위드케어 전시를 통해 처음 인사드립니다. 먼저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드려요.A. 안녕하세요.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만드는 신설화입니다. 클라이언트를 위한 그림을 그리고 제품을 만드는 ‘스튜디오 신설화’와 자수 작업과 클래스를 진행하는 ‘버드앤니들’을 운영하고 있어요. 연필과 바늘을 통해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천천히 기록해 나가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을 소개하는 문장 중 “자수의 성실함을 좋아한다”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만큼 자수는 오랜 시간을 들여 한 땀씩 완성해 내는 정직한 작업인데요. 반복되는 그 긴 시간을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채우고 계시는지 작가님의 작업 풍경이 궁금합니다.A. 하루의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작은 책상 앞에 앉아 수를 놓습니다. 바늘을 움직이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고 마음이 차분해져요. 작업 속도는 느리지만 그렇게 시간을 차곡차곡 쌓다 보면 어느 순간 그림이 완성되어 있습니다. 그 완성의 순간을 바라보는 일은 제게 큰 기쁨이에요. 그리고 자수는 무엇보다 아름다운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름다움을 이토록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제게는 더할 나위 없는 행운입니다. Q. 일상에 작은 행운을 전하는 《CLOVER HOTEL》이라는 제목과 콘셉트가 구체적이라서 더욱 흥미로워요. 실재하지 않는 이 가상의 호텔은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나요?A. 저는 항상 ‘LOVE’와 ‘PEACE’를 주제로 작업을 해왔어요. 그래서 가상의 호텔 이름을 떠올리며 처음에는 ‘LOVE HOTEL’이나 ‘PEACE HOTEL’ 같은 이름도 생각해 보았는데, 왠지 조금 다른 의미로 들릴 것 같더라고요. (웃음) 사랑과 평화에 더해 이번 전시에서는 희망과 행복, 그리고 행운의 마음을 함께 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CLOVER’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그리고 혹시 알고 계셨나요? CLOVER 안에는 ‘LOVE’라는 단어가 들어있답니다. 클로버 호텔은 말 그대로 사랑과 평화, 그리고 작은 행운이 머무는 곳이에요. Q. ‘CLOVER’ 안에 ‘LOVE가 숨어있다는 발견이 마치 선물 같네요! 이번 전시에서는 커튼과 쿠션, 안대, 베개 커버처럼 호텔에서 마주할 법한 사물에 자수를 더한 작업을 소개합니다. 가상의 호텔 공간을 상상하며 작업을 구상하는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A. 이번 전시에서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처럼 저만의 아름다운 호텔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가장 처음, 그리고 가장 오래 고민했던 아이템은 이니셜 키링이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색감과 형태를 만들기 위해 원단부터 스티치의 기법, 실의 색상, 그리고 마감까지 여러 가지를 오래 고민했어요. 키링을 완성한 뒤에는 정말 제가 호텔을 연다는 마음으로 호텔의 소품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작업했습니다. 객실에 놓일 작은 물건을 상상하듯 즐겁게 작업했던 시간이었어요. Q. 사람들에게 행운을 전하고자 하는 클로버 호텔의 주인으로서, 작가님은 일상의 어떤 순간에 행운을 발견하시는지 궁금해요. 최근 작가님의 일상을 기분 좋게 채워준 사소하지만 분명한 행운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A. 얼마 전 니팅과 직조 작업을 하시는 강보송 작가님의 전시를 다녀왔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호텔 로비보이 인형을 발견했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그 친구를 만난 게 마치 작은 행운처럼 느껴져서, 이번 제 전시에 함께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로비보이 친구는 전시 기간 내내 저와 늘 함께하며 여러분을 맞이할 예정이에요. Q. 자수 작업에서 그림은 무척 중요한 출발점이 되지요. 어떤 상상을 도안으로 옮길지 고민하는 일부터 실의 종류와 색을 고르는 과정, 그리고 자수를 어떤 물건 위에 입힐지 결정하기까지 작가님만의 구체적인 작업 루틴도 궁금합니다. A. 먼저 작업의 주제를 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메시지와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관련 서적이나 자료를 찾아보며 레퍼런스를 모으고, 이미지는 심볼과 패턴으로 나누어 스케치합니다. 메시지는 어울리는 서체를 선택해 작업하기도 하고, 직접 손 글씨로 적어보기도 합니다. 그 이후에는 작품의 형태를 정하고 도안을 그린 뒤 원단을 선택합니다. 원단이 정해지면 그에 어울리는 자수 기법과 실의 색을 천천히 맞춰봐요. 처음부터 한 번에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작은 조각천에 여러 번 바느질을 해 보면서, 가장 자연스럽고 어울리는 모습을 찾아갑니다. Q. 어울리는 조합을 찾아가는 그 ‘천천히’의 시간이 작가님 작업의 밀도를 만드는 것 같아요. 자수는 같은 이미지라도 어떤 스티치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이 만들어지는 작업이라고 느껴지는데요. 작가님이 특히 즐겨 사용하는 자수 기법이 있다면 무엇인지, 또 그 기법이 가진 매력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요.A.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티치 기법은 아우트라인 스티치(Outline stitch)입니다. 자수의 가장 기본이 되는 스티치로, 선과 면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기법이에요. 땀을 반씩 겹쳐 차곡차곡 쌓아가는 형태의 스티치이지요. 한 줄로 쓸 때와 여러 줄로 겹쳐 쓸 때 두께가 달라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드로잉한 듯한 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그린 핸드 드로잉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스티치예요. Q. 홈데코와 의류 등 다양한 분야의 사물과 결합하며 새로운 형태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도 자수의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사물에 따라 작업 방식에서 달라지는 점이 있는지, 또는 특별히 염두에 두는 부분이 있을까요?A. 사물의 형태는 작업에서 크게 중요한 요소는 아닌 것 같아요. 바늘과 실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구멍만 있다면,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어디에나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를 놓는 바탕이 무엇인지에 따라 고민이 달라집니다. 바탕의 재질에 어울리는 실을 찾고, 그에 맞는 자수 기법을 선택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어울리는 실과 기법을 찾는 과정이 자수 작업의 중요한 즐거움이기도 해요. Q. “사랑과 평화의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한다”라는 작가님의 철학이 참 다정하고도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작가님의 손끝에서 태어난 이 작은 자수들이 사람들의 일상에 어떤 모습으로 머물길 바라시나요?A. 사람의 손으로 직접 놓는 자수는 완벽한 대칭을 이루지 않아요. 선도 고르지 않고, 바늘땀의 간격도 기계처럼 일정하지 않죠. 하지만 저는 그 자연스럽고 조금은 엉성한 느낌이 좋아 손으로 수를 놓습니다. 완벽하게 정돈된 것보다 그 안의 작은 흔들림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거든요. 사람과의 관계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완벽한 사람에게는 정작 누군가 머물 자리가 없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제 자수가 가진 작은 빈틈들이 누군가의 사랑으로 채워져 그 사람 곁에 오래 머물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작업이나 계획하고 계신 일이 있다면 들려주세요.A. 저와 함께 수업을 나누는 자수 친구들과 함께 전시를 열어 보고 싶습니다. 또 더 많은 분들이 자수를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수 키트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이제 클로버 호텔에서의 시간을 잘 마무리한 뒤에는, 조금 더 자유롭고 새로운 작업을 이어가 보려 합니다. Q. 춘분을 맞이하며 완연한 봄에 접어드는 시기에 전시가 시작됩니다. 마지막으로 《CLOVER HOTEL》을 찾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나눠주세요.A.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봄에 전시를 시작하게 되어 참 기쁩니다. 봄은 조용히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계절이라고 생각해요. CLOVER HOTEL에 잠시 머무는 동안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작은 쉼의 시간을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곳을 찾는 모든 분들이 지금 이 순간, 여기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운이라는 마음을 가득 안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자수를 정말 좋아합니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것들이 많지만 바늘을 들고 있는 시간은 늘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천천히 자수 작업을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작업도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바라봐 주시기 바랍니다. 신설화 작품전 《CLOVER HOTEL》은 2026년 3월 20일부터 3월 29일까지, 녹사평 티더블유엘 4층 handle with care 에서 진행됩니다. Editor 오송현Photo 이승아, 신설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