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언제 운명이라 자신 있게 부를 수 있을까요. 마주친 순간 알아채는 것인지, 한참을 함께한 뒤에야 확신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당시에는 무심코 내린 작은 선택 하나가 훗날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놓기도 하니까요. 송춘호 작가에게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만난 도예가 그랬습니다. 이후 대학과 대학원에서 도예를 공부하고, 고향인 하동 청학동으로 돌아와 지금까지 흙을 만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쓰임과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는 그릇을 고민하며, 찻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는 다구를 꾸준히 빚어왔지요. 우연처럼 시작된 일이 수십 년의 나날이 된 지금, 작가는 그 만남을 ‘운명’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운명이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찾아온 인연을 오래 어루만진 끝에 비로소 붙일 수 있는 이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가을 핸들위드케어에서 송춘호 작가의 작품전 《흙과 나날》을 엽니다. 하동의 다양한 카올린으로 빚고, 파초와 호박, 엉겅퀴 같은 식물 문양을 박지 기법으로 새긴 분청 차도구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한때의 우연을 운명이라 부를 수 있게 한 송춘호 작가의 오랜 나날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with- 전시기획: 핸들위드케어- 포스터 디자인: 이재민 ◆ 2026년 9월 18일 - 2026년 10월 4일◆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 070-4900-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