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스기사키 마사노리의 국내 두 번째 개인전 《돌의 여음餘音》을 맞이하여 작가님과 서면으로 긴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침묵하는 돌로 생동의 장면을 빚어낸 그간의 여정과 작업 이야기를 여기 함께 나누어봅니다. Q. 《사귀게 된 돌》 展 이후 일 년이 흘러 새해가 밝았네요. 지난 한 해는 어떻게 보내셨나요?A. 집과 아틀리에가 깊은 산속에 있어 주로 가족들과 일상을 보냈어요. 그리고 예년과 같이 조각에 전념했습니다. Q. 지난 전시는 서울에서 작가님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였지요. 오시는 분들마다 따뜻한 시선으로 작품과 눈을 맞추고 감응하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작품에 관심이 깊은 만큼 작가님을 궁금해하는 분도 많았어요. 작가님이 조각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오랫동안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원동력에 관해 듣고 싶어요.A.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 만드는 일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나무와 진흙으로 여러 가지를 만들면서 놀기도 했고요. 물건을 만들 때는 자유롭게 이미지를 상상하며 시간을 잊을 만큼 열중했어요. 동시에 “이 시간이 계속 이어진다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했고, 어느덧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Q. 마음 깊숙이 기도하는 사람의 모습, 누군가의 노스탤지어가 떠오르는 집, 오후의 나른한 단잠… 작품을 돌아보면 바삐 돌아가는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마음의 안식을 좇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작가님의 개인적인 이상향과도 닮아있는 것일까요?A. 개인적인 이상,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면적인 삶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현실에서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보내며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Q. Prayer와 Nap 시리즈를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Nap으로 소개 된 시리즈의 정확한 이름은 <오수(午睡낮잠) 혹은 열반(涅槃)상>이라는 점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A. 〈Prayer〉는 동일본대지진(2011년) 이후에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큰 석재로 공공장소의 기념물이나 위령비를 제작하고 있을 때, 사적인 공간에 작은 기도의 장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들었습니다. 특정 종교에 얽매이지 않고 기도하는 이의 모습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마음 깊숙이 기도하는 사람은 선뜻 다가가기 어렵기 때문에 멀리서 본 그림자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Nap〉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완전한 수동의 형태죠. 수동의 형태는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Q. 동물의 얼굴이나 모습을 표현한 시리즈도 눈에 띕니다. 한 폭의 초상화가 연상되기도 하고요. 특정한 이미지를 보고 조각하시는지, 떠오르는 심상을 따라 작업하시는 것인지 궁금합니다.A. 동물의 사진이나 자료는 잘 보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모델을 보면 오히려 만들기 어려워집니다. 가끔 실제로 동물을 보면, 제가 만든 모습과 달라 놀라곤 합니다. “코끼리 다리가 이렇게 길었던가?” 라던지요.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 고양이만큼은 매일 보고 있습니다. Q. 올해 새로운 작업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새로운 〈동물 친구〉 작업으로 호랑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호랑이는 한국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동물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만든 호랑이 조각이 설득력 있게 전달될 수 있을지 내심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두 번째 전시를 맞아 관객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지요?〈사귀게 된 돌, 2021〉 전시회에 많은 분이 찾아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웃 나라인 한국에서 제 조각을 보여줄 수 있어 매우 기쁜 마음입니다. 올해도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의 영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방문해주세요. 《돌의 여음餘音 - 스기사키 마사노리 조각전》은 2022년 2월 13일까지 한남동 handle with care에서 진행됩니다. ☞ 전시 소개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