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6월, 서울에서의 두 번째 큐레이션전을 앞두고 뮌헨에 있는 아트 디렉터 소니아와 전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Sonia’s Kinderzimmer》의 시작점인 유년의 노스탤지어부터 일년의 시간동안 더욱 밀도가 높아진 《Sonia Meets》의 협업까지, 흥미로웠던 대화를 나누어 봅니다. Q. 작년 8월 열었던 《Sonia’s Tablescape》 이후, 지난 12월 티더블유엘과는 서울역284의 크리스마켓에서 홍보 디렉터와 기획&운영진으로 만나 열띤 랜선 미팅을 이어갔죠. 정말 뜨거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웃음) 서울에서의 일정과 별개로, 뮌헨에서는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지난 해 여름 전시 말미에 제게 크리스마스 프로젝트를 건네고, 크리스마스 프로젝트 마치자마자 다음 여름 전시를 제안하는 부지런한 (또 치밀한) 티더블유엘팀 덕분에 꽉 찬 여름과 겨울을 보냈어요! 뮌헨에서는 서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서울에서 뮌헨의 안부를 묻는 일은 아주 익숙합니다. 시차로 인한 고단함보다는 투트랙 인생의 묘미를 더 크게 느껴요. 그 사이 삼인조는 더 성장했고요. 올 해 큐레이션에서는 주니어가 제 업에 미치는 영향이 선명히 비칠거에요. Q. 테이블을 주축으로 했던 작년의 큐레이션 전시는 다종다양한 수집품, 각기 다른 분야의 작가 여섯 분의 작품이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 전시명은 《Sonia’s Kinderzimmer》. 이야기의 배경이 식탁에서 아이의 방으로 바뀌었어요. 이 이야기의 시작이 궁금해요. 킨더침머는 독어로 아이의 방을 뜻해요. 물리적 공간이라기보단 우리가 지나온 시공간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주니어를 통해 제 유년 시절을 복기하는 경험이 아주 흥미롭거든요. 한 때 아이였던 우리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보자며 8인의 소니아 미츠 크루가 헤쳐모였습니다. 8090 유년 시절을 보낸 우리에게 친밀했던 정경, 사물, 그 시절의 색온도, 채도, 습도까지… 즐겁게 싱크를 맞춰 각자의 작업으로 풀어냈습니다. 더불어 제 뮌헨 지하 창고 킨더 섹션에서 온 사물들이 또 능청맞게 사이사이 한 자리씩 차지할텐데요. 아마 오래된 찬장과 서랍을 열어보는 기분이 들 거예요. 본 적 없고 희한하고 아름다우며 웃기고 천연덕스러운 자리가 될 예정입니다. Q. 이번 전시는 작가님과 함께 독창적인 협업을 전개하고 있는 〈Sonia meets〉가 새롭게 몰두하게 된 프로젝트를 서울에서 소개하는 자리기도 해요. 8인 작가님과 함께하면서 아우르는 폭도 넓어지고 밀도도 높아졌어요. 작업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전시를 기획하며 한동안 여덟 작가님들의 유년 시절의 이야기를 수집했어요. 마당에 피던 꽃, 비오는 날 차창에 그리던 낙서, 엄마의 어항, 갖고 놀던 피규어, 현 2세를 통해 복기하는 추억들… 돌이켜보면 우리 어릴 적 마냥 무구하고 청량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어요. 맨날 비누방울처럼 몽글몽글은 아니었던 거죠. 귀여우면서도 내면엔 버석한 슬픔, 천진한 사악함을 품기도 했던, 양면색종이같던 시절이었어요. 각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영화 《인사이드 아웃》 속 감정 구슬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마법. 어릴 적 커다란 ‘기쁨’의 지분과 ‘추억 할머니’를 맡아줄 반짝이는 작업들이 그만큼 또 많이 나왔습니다. Q. 수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관심사의 스펙트럼이 넓으시지만 이번 전시를 위해 뮌헨에서 도착한 빈티지 컬렉션은 꽤 놀라웠어요. 80년대 독일 학교에서 썼다가 보관하고 있었던 괘도(걸그림)을 과거 교장선생님이었던 분의 집에서 발견하신 일, 웃지 않고 어딘가 도도해보이는 시크한 표정의 인형, 이정도면 공예의 영역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디테일을 지닌 미니어처들도 있었어요.제가 실재했던 시공간은 아니지만 저를 강력히 끌어당기는 노스탤지어의 범주가 있어요. 그 안에서 수집의 여정이 시작되곤 해요. 7-80년대 학교에서 시각자료였던 괘도는 지금으로 말하면 아날로그 키노트에요.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로 연령대가 판독된다고 하는데(웃음) 뮌헨 가까운 동네 친구 집엔 방마다 옛 세계지도 괘도가 걸려있어요. 괘도의 출처를 물어보니 그 친구의 이모가 8-90년대 교감직에 계셨었다고. 내친 김에 친구와 이모댁에 방문했는데, 반백년 된 괘도 컬렉션을 하나씩 펼쳐보면서 이 시절의 그래픽과 색감에 반했어요. 한 점을 선물 받고 그 날 이후 독일 괘도 컬렉터가 됩니다. 친구 이모님의 소개로 좋은 상태의 괘도가 있을만한, 역시 지금은 은퇴하신 옛 교구상을 찾아가기도 했어요. 90년대 중반까지 교육기관에서 공동으로 사용했던 교구지만 대량 생산품이 아니고 세월이 흐른만큼 좋은 상태로 보존된 것이 많지 않습니다. 저는 한 시절의 가치 있는 아트워크로 여겨요. Q. 한편, 소니아의 큐레이션전에서 식탁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구겔후프틀에 케익을 구워 나눠먹는게 일상인 뮌헨 홈에서 생활의 정점을 이루는 배경이기도 하고, 정지원 작가님과는 한정 시즌이지만 지속적으로 테이블웨어를 전개하고 있지요. 올해 도자에서는 새롭게 추가된 ‘이끼색’, 작년 과일 보울의 콤팩트 버전같은 아이스크림 보울, 수집품 중에서는 독특한 자수와 절개선의 패브릭도 눈에 띄어요.지원작가님의 수많은 유약 시편에서 그린 쉐이드를 살펴보는데 제 눈엔 이 유약이 이끼색으로 보였어요. 산책하며 지나는 성당의 벽에 이끼가 끼어있었는데 그 모습이 아름다워서 자주 눈에 담곤 했거든요. 벽돌색이 그 성당 외관 벽돌색에서 유래하기도 했고요. 두 가지 색이 잘 어울릴 수 밖에 없는 이유에요. 제 테이블스케이프를 이루는 흐린하늘, 구름, 모래, 벽돌, 이끼 모두 저와 지원 작가님의 곁에 있는 자연물에서 유래했어요. Q. 전시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지요. 우리가 좋아했던 것, 알던 것, 쓰던 것, 안 써봤지만 아는 것, 아득히 잊은 것, 그 때는 있었고 지금은 없는 것, 지금 있더라도 같지 않은 것…이번 전시가 우리가 지나온 어제의 날들을 간직할 수 있는 자리로 여겨지기를! Q. 올해는 전시가 끝날즈음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중인 프로젝트, 새롭게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본업인 클라이언트잡을 이어가는 한편, 하반기 소니아 미츠 작가님들과의 협업작 온라인 릴리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투트랙이죠(웃음) 송희작가님과의 드로잉, 지원작가님과의 테이블스케이프, 수연작가님과의 홈 패브릭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뮌헨에선 한 컨셉스토어에 은주 작가님의 반지들과 선민 작가님의 화병이 입점하기도 했어요. 한국에서 소니아 미츠 작업을 소개할 첫 오프라인 숍은 아무래도 티더블유엘이 되겠죠? 연말은 서울 TWL팀과 문화역284에서 열리는 성탄역의 용병 활동으로 마감합니다. 큐레이션 기획전 《Sonia’s Kinderzimmer》는 2024년 7월 14일까지 녹사평 티더블유엘 4층에서 진행됩니다. with- 사진 제공 : 소니아 미츠- 포스터 촬영 : 핸들위드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