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 Rhapsody

단단한 금속을 유연하게 변주하는 윤여동 작가의 작품전 《Dining Rhapsody》를 소개합니다.

매일 마주하는 식탁에는 하루를 풍요롭게 만드는 장면이 남아 있습니다. 아침을 여는 식사와 찻잔을 채우는 오후, 저무는 날을 소화하는 저녁, 두런두런 오간 말들이 촛대 위에 모여 잠드는 밤까지. 작가는 테이블에서 보내는 일상이 랩소디처럼 환상적인 음악 같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로 다른 리듬과 이야기를 지닌 식기와 오브제를 만들었습니다.

윤여동

프랑스 생테티엔 아트&디자인 대학교 ESADSE에서 오브제 디자인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에서 금속공예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다’는 정중동 靜中動의 자세를 기반으로 일용품과 오브제 사이를 오가는 금속공예 작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Q. 프랑스에서 오브제 디자인을 전공하고, 국내로 돌아와 금속공예를 시작하셨지요. 다양한 재료 중에서 ‘금속’을 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프랑스 유학 시절 나무, 흙,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경험해봤지만 여러 가지를 얕게 다룰 줄 아는 것보다 어느 한 가지 분야에 깊게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그때는 졸업하고 나서 장신구에 관심이 가던 시기라 금속이 가장 기본이 되는 소재라고 생각해서 자연스레 금속공예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처음 3개월 동안은 금속공예의 기본인 ‘톱질’과 ‘줄질’만 해서 힘들었지만, 점점 다양한 과정을 배우게 되면서 머릿속에서 그리는 것들을 현실에 만들어낸다는 점이 제일 흥미로웠어요.


Q. 작업의 기조로 두시는 ‘정중동 靜中動’의 개념이 인상적이에요. 작품에 적용되는 과정과 방식에 관해 듣고 싶습니다.

A. ‘정중동’은 ‘조용한 가운데에 움직임이 있다’라는 뜻인데요. 제가 신라시대 금관에 달린 달개 장식을 보고 느낀 것을 제 나름대로 정의해본 거예요. 잔잔하게 흔들리면서 반짝거리는 금빛 장면이 너무 인상 깊었거든요. 이 개념을 장신구뿐만 아니라 다른 기물에도 적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촛대나 풍경, 포크 등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물건에 입혀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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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세밀한 표정과 어린 시절 겪은 에피소드, 마음 가까이 와 닿은 영화의 대사 등. 잠든 기억을 깨우고, 일상에서 마주한 풍경을 모아 녹여낸 작품 한 점 한 점에는 고유한 캐릭터가 숨쉬고 있습니다. 차가운 물성과 달리 섬세한 디테일과 밀도에서 오랜 시간 손끝으로 불어넣은 온기가 느껴집니다.

Q. 언뜻 옛 유물이 떠오르는 형태와 현대적인 미감이 조화롭습니다. 심미적인 오브제처럼 보이면서도 실용성을 갖춘 점이 돋보이기도 하고요. 작업의 영감은 보통 어디서 얻으시나요?

A. 매번 다르지만 대부분 일상에서 얻을 때가 많아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커트러리도 대부분 평소에 봤던 영화나 어렸을 때의 기억, 일상에서 스친 생각으로부터 비롯되었어요. 작업을 하다가 불현듯 찾아오는 아이디어를 풀어낼 때도 있고요.


Q. 주물 방식과 단조, 레이저커팅 등 금속을 성형하는 방식도 다양한데요. 작업의 과정을 자세히 알려주세요.

A. 이번 전시에는 주물과 판금 성형 기법을 주로 사용했어요. 더욱 유기적인 느낌을 내고 싶을 때는 왁스를 사용해서 조각한 후 주물을 했어요. 아니면 망치 자국을 내서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했고요. 작은 포크 하나를 만들더라도 한 번의 과정으로 끝나는 작업이 없어요. 그만큼 작품 하나하나에 손맛을 많이 담으려고 했습니다.


Q. 형태를 만들고 마감하는 제작의 전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수공예를 대하는 마음도 각별할 것 같아요. 작가님에게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A. 감명 깊게 읽은 리처드 세넷의 <장인>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손과 머리는 하나이며, 행동하면서 동시에 생각하는 것이 장인의 일하는 방식이다.”

작업을 할수록 이 구절에 동의하게 돼요. 머릿속으로 생각한 무언가를 온전히 제 손으로 만들어내는 데서 보람을 느껴요.

미식을 함께할 도구를 넘어 특유의 조형미로 공간에 유쾌한 풍경을 더해줄 벗을 만나보세요. 동시에 단단한 물성을 따라 흐르는 곡조를 자유롭게 즐겨보시길 기대합니다.

2022년 9월 20일 - 10월 9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43 1층 Handle with Care

02-797-0151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포스터 & 리플렛 디자인: 이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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