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천경 白樹千景

박용태 작품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1월, 도예가 박용태 작품전《백수천경 白樹千景》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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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의 흙이 뜨거운 불의 시간을 지나 무구한 흰 빛을 띕니다. 백자를 통해 하늘에 뜬 햇빛, 여백이 이루는 만滿의 경치를 그려냈던 작가는 이제 백자 본연의 빛으로 가까이 다가갑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눈부신 흰 빛을 선사하는 작가의 신작과 함께 화조화를 모티브로 한 청화(靑華) 백자, 차 도구를 비롯한 백자 기물을 선보입니다.

박용태

조선백자로부터 이어지는 영감을 바탕으로 고아하면서도 편안한 미감을 지닌 백자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직접 재료를 수배하여 태토와 유약을 만들고, 정성스레 도자기를 빚은 뒤 장작가마에 불을 때어 소성합니다. 감상자와 작품 사이의 공명을 떠올리며 다양한 규모의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재료 수배와 성형, 소성 모두를 고전적인 방식으로 진행하고 계세요. 올해 전시작에는 특별한 나무가 사용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관련한 에피소드에 대해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소나무는 귀하기도 하고 건조기간이 필요해 여러번 소성할 만큼을 미리 준비해둬야 합니다. 기존 장작을 다 소진하고 개인적인 사유로 나무들이는 일을 미뤄둔 차에 전시 준비를 위한 장작을 급하게 마련해야 했습니다. 여름 이후 주문한 곳에 문제가 생겨 소성을 한 달도 채 안 남기고 나무를 못 받게 되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예전에 거래했던 지역의 목재소를 찾아갔습니다. 여러 소나무 더미 중 사장님 본인이 한옥을 지으려고 마련해두셨다가 건축이 미뤄져 한옥목재로는 때를 놓친 잘 마른 소나무가 있었는데, 이 나무들을 흔쾌히 내어 주셨습니다. 껍질이 제거된 살좋은 소나무 장작을 구하게 되어 전화위복이 되었죠. 이번 전시 작품을 위해 한옥 한 채가 들어갔다고 생각하니 특별하게 여겨집니다.


Q. 전시를 앞두고 고성에서 보내주신 기물 사진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다면 多面 형태의 기물이 빛을 받아 환한 면과 자연스럽게 음영이 진 면이 대비되는 사진이었어요. 올해 전시에서 다면 기법을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전개한 기물을 만나볼 수 있는데, 작업 동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작품과 도구의 경계를 두지 않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철학이 기물의 카테고리에 따라 분별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빛과 시선에 따라 나타나는 백자의 다양한 모습을 느꼈으면 하는데 아무래도 쓰임이 있는 기물들은 사용처 자체에 감상이 갇혀있다 보니 이러한 의도가 잘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곡률적인 기교를 줄이고 평면적으로 직관성을 부각해 여러 비율로 면이 돋보이는 작업을 해보았습니다. 다면 작업들은 백자 표면의 빛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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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년 인터뷰에서 ‘백’이 지닌 ‘무한색’에 대해 말씀해주신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백자는 흙과 유약, 소성하는 날 불의 흐름 등의 총합으로 회백, 홍백, 청백, 황백, 설백처럼 다양한 색이 공존한다는 점이요. 전시작 중 〈The Captured (2023)〉는 이런 천광요의 백자가 지닌 정체성을 상징하는 작품처럼 여겨져요. 작업에 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A. 다면 작업의 의도와 시도 계기가 비슷할 것 같습니다. 새 작업인 〈The Captured〉 시리즈는 더 확장된 개념의 작업으로 작가로서 가지는 고유의 철학과 성질을 직관적으로 형용하고자 한 작업입니다. 감상만을 위해 기물의 형태를 벗어나 회화적인 프레임을 띄고 도판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세상 만물은 모두 정해진 원소들로 이루어졌고, 그것을 어떻게 나열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백 白’이란 단순히 색의 영역에서의 백을 넘어,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작가로서 순수한 욕망과 자연의 흐름이 조응하며 나열되는 리듬, 그것을 도드라지게 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의미를 지니고도 있습니다.

Q. 계절과 자연의 변화, 그 속에서 필연적으로 우연성을 동반할 수 밖에 없는 작업을 이어오기는 녹록치 않을 것 같아요. 작가님이 앞으로의 작업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도예가로서의 바램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변하지 않을 일상이 반복되는 작업을 때로는 수행이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우연이 만들어낸 힘든 순간에 부딪힐 때도 많지만 그런 고난을 상쇄시키는 결실도 우연을 동반해야만 따라오기 마련이라 좋은 것 아쉬운 것 모두 필연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이려 합니다. 다만 우연성에 맡기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의 작업에는 작가 스스로의 의지로 아름다움을 쌓는 것이라 작품의 모양만큼 마음의 모습인 심상 또한 아름답게 이어가고 싶은 생각입니다. 순례자와 같이 묵묵히 걸어나가며 깨달음이 작업이 녹아나는 작가로, 작품으로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작품을 통해 보이는 것 너머 무질서와 질서가 고요히 수렴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떠올립니다. 전시를 통해 겨울의 끝자락에서 다시금 찾아올 봄의 맑고 다정한 기운, 새로운 한 해의 신선한 바램들도 나눠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작가와의 인터뷰 전체보기

2024년 1월 12일 - 1월 28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0104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포스터 디자인: 이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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