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ia’s Tablescape

큐레이션 작품전


가을의 예감이 다가오는 8월, 뮌헨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아트디렉터 소니아의 큐레이션 작품전 《Sonia’s Tablescape》를 시작합니다. 

핸들위드케어에  펼쳐진 소니아의 테이블.  그녀의 선명한 취향을 씨실 삼고 뮌헨의 라이프스타일을 날실 삼아 전개되어온《Sonia Meets》의 세계를 랜선 너머 조우하는 반가운 자리입니다. 전시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노은주, 마고, 박선민, 이송희, 이희조, 정지원 여섯 작가님의 작품이 소니아의 뮌헨픽과 어우러진 풍경 속에는 프레츨과 구겔호프, 머스타드-블루-그린으로 이어지는 컬러 팔레트, 증조할머니와 주니어 등 귀여운 키워드들이 사이 좋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소니아 

뮌헨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아트디렉터 소니아. 독일계 브랜드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경험했습니다. 현재 《Sonia Works》라는 타이틀로 라이프스타일, 건축, 전시기획 등 다종다양한 클라이언트 잡에 열중하는 한편, 《Sonia Meets》 를 통해 애정하는 작가들과의 독창적인 협업을 선보입니다. 

Artists with Sonia's Tablescape

이송희 

Sonia’s Words
이번 전시 《Sonia’s Tablescape》를 큰 품에 아우르는 작업이 이송희 작가님의 드로잉들입니다. 당대의 식기 한 점을 그릴 때에도 종으로 횡으로 시대적 서사를 꿰고 나서야 펜을 드는 탐구 정신, 붓과 달리 펜의 자취는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떠올리면 작가님의 큰 작업이 왜 드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두 계절이 지나 완결된 신작 〈Fantastic Garden Tea Time〉 속엔 전시장 안 소니아 미츠 컬렉션과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이 숨어있습니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천천히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이희조 

Sonia’s Words
‘그려진 글, 읽는 그림’ 을 짓는 희조 작가님은 잔잔히 거듭하되 적극적으로 변주하는 제 일상과 공간이 하나의 고유한 팔레트로 느껴진다고 했어요. 저는 희조 작가님이 오브젝트를 가까이 두고 선명히 조망하는 시선과 질감에 부여하는 질서에 큰 호기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렷한 눈으로 대상을 좇는 관찰자이자 거침 없이 플롯을 구체화하는 그녀가 뮌헨의 소니아홈 정경이 팔레트로 옮기는 것을 지켜보며, 저는 명도값 100의 짜릿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고 Magot

Sonia’s Words
몽실몽실한 양모에 셀 수 없는 바늘질 수만 번을 더해 완성한 오브제. 저와 주니어는 마고 Magot 의 천진난만한 니들펠트 작업을 사랑해마지 않습니다.

양모 소재를 바늘로 지어 만든 마고의 오너먼트들 역시 구겔호프 케이크와 촛대, 프레첼, 계절의 과일처럼 일상의 테이블을 구성하는 것들이 주인공이 됩니다.

정지원

Sonia’s Words

큰 마음 먹고 아슬아슬하게 꺼내 쓰는 기물보다 어렵지 않게 ‘그릇’이라 부를 수 담담한 그릇을 위해, 작가님과 즐거운 모색을 해왔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첫 콜렉션에는 '서울과 뮌헨 두 도시 안의 친근한 자연물에 한정하되 담음새를 돋보이도록 하는 색과 질감'에 대한 즐거운 모색이 담겨있습니다. 산책로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하늘과 구름, 모래와 벽돌의 색을 눈과 손으로 경험해보신다면 좋겠습니다.

노은주 

Sonia’s Words
‘손 위의 조각’ 을 쫓아 옥수동 작업실로 향했던 2017년 겨울을 선명히 기억합니다. 작업대 위를 채운 선과 면의 금속 조각들, 오래 덧그리다 가닿은 확신의 드로잉. 은주 작가님의 단단하고 순정한 첫 인상이었습니다.

"달구고 벼리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형形을 만들어내고 누군가의 손 위에 놓여야 상이 완결된다"는 반지 작업, 착용하고 보관하는 일상의 시퀀스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백동 반지합〉을 함께 소개합니다. 

박선민 

Sonia’s Words

박선민 작가님의〈리-보틀 매병〉은 식사에 함께 했던 와인병이 꽃을 곁에 두기 위한 쓰임으로 다시 테이블에 오르는 서사를 지닌 작업이죠. 꽃을 굳이 꽂지 않고 그대로 두어도 스틸라이프 한 점이 되는 화병입니다.


제 창가와 선반에 꼭 한 점씩 자리하고 있어요. 둘이 마주앉는 작은 테이블에서도 낮고 작은 매병에 꽃 한 송이면 충분합니다.

Q. 아트 디렉터이자 수집가로서, 또 생활인으로서 테이블과 거실, 주방 곳곳을 채우는 테이블의 모습을 서울에 펼쳐보는 이번 전시는 일종의 큐레이션 작품전인데요.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과 사물을 선택하신 이유, 여섯 분의 작가와 함께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A. 심금을 울리는 ‘확신의 피스’를 아직 못 찾았을 때 실행에 옮겨요. 《소니아 미츠》는 그런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발로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친밀한 작가님들을 랜선으로 만나, 함께 궁리하고 긴 호흡으로 구상한 뒤 작업을 전개해요. 적극적인 형태의 협업이라고 볼 수 있겠죠.


제 기준으로 《소니아 미츠》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공들인 아름다움이면서도 매일 주저없이 손이 가는 것들이어야 합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가슴 졸이며 사용하고 간직해야하는 아슬아슬한 미감은 저와 거리가 있어요. ‘완상’하는 즐거움은 다른 좌표에서 경험하는 걸로 충분하거든요. 만듦새, 쓰임새가 좋은 균형감을 갖고 있어야 하죠. 시선을 빼앗듯 가두지 않는, 일상의 맥락 안에서 즐겁고 독창적인 서사가 있는 확신의 피스들을 선보이려고 해요.


Q. 이번 큐레이션 작품전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적인 취향으로 시작된 프로젝트, 《Sonia Meets》 가 있어요. 버섯, 망원경과 같은 사물에서 모티브를 얻고 작가의 손을 통해 구체적인 작품으로 구현하고, 그 결과물을 향유하는 과정. 마치 전시가 기획되고, 보여지고, 각자의 일상 속에 스며들기까지 전시의 전 과정을 압축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해요.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사소하고도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아요. 정지원 작가와 에그컵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독일 달걀과 한국 달걀의 지름의 차이가 크지 않은지 줄자로 심각하게 체크해 본 순간이 떠오르네요. 어느날은 작가님이 급히 모교 근처의 관악산을 올라야 한대요. 이유를 물으니 그 산에서 가져온 모래로만 도침 작업을 해야하는데 부족하다고, 다른 모래로 타협할 수가 없는거죠. 저는 이렇게 정신성이 강한 사람들과 일하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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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커피와 설탕 보관함, 구겔후프 틀, 커트러리. 전시에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테이블웨어와 그림 뿐 아니라 이전 세대의 미감을 간직한 소장품이 한 공간에 펼쳐집니다. 이송희 작가님의 펜드로잉이 담긴 스탬프에는 샴페인과 초, 케이크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요. 이희조 작가님의 그림 역시 식탁의 정경이고요. 디렉터님에게 테이블, 식탁, 주방의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요.

A. 소니아 미츠 프로젝트가 벽, 테이블, 식물, 종이 위를 거쳐, 손 위에서 변주 되는 모든 서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곳은 역시 ‘집’이죠. 공들인 생활의 아름다움을 좋아하지만 그것이 꼭 작품과 기물로부터 비롯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곁에 두는 생활도구 하나도 고르고 고르는 마음, 작업을 애호하는 마음이 일치하면 집안 곳곳에 정경이 만들어지죠.


그래서 ‘소니아의 테이블스케이프'라고 명명한 이번 전시에서는 곁에 두고 매일 손에 닿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은 테이블을 주제로 다뤘어요. 핸들위드케어 팀 덕분에 전시장 안에 벽도 세우고, 그야말로 뮌헨 집의 한 시퀀스를 옮겨놓을 수 있었죠.


Q. 식탁의 장면으로 더 깊게 들어가보면,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실물 구겔호프 케익틀이 등장합니다. 스탬프의 구겔호프 케이크 이미지에서 오래 전부터 존재해 온 빈티지 구겔호프 케익틀로 이어지는 시선을 따라가면 구겔호프가 이야기의 열쇠이자 상징인 것 처럼 느껴져요.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독일은 생일을 맞은 사람이 케이크를 구워 가까운 친구, 동료들과 나눕니다. 어떤 케이크를, 어떤 레시피로 구울 것인가에 대한 화두는 독일에 사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보편적인 이야기에요. 모국에선 한 번도 케이크를 구울 일 없던 제게는 아주 신선하고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또 일요일 오후 3시 Kuchenzeit ‘케이크타임’ 또한 마찬가지였어요. 티타임인 셈인데 ‘케이크’가 더 핵심이에요. 할머니의 쿠흔차이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케이크가 바로 “구겔호프”입니다. 별다른 필링이 없는 스펀지케이크라 호불호가 없는 케이크, 소복한 리스 형태가 주는 아름다운 모습 덕분에 생일케이크계의 클래식으로 통해요. 그렇게 구겔호프에 친숙해가던 차에 이웃 할머니 레기나의 부엌에 걸린 세라믹 구겔호프 틀이 제 구겔호프 소장품 1호가 되었어요.


이후 지금은 구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와 소재의 구겔호프틀 컬렉터가 되었고, 축하와 응원의 자리에 빠질 수 없기에 이후 이송희 작가님의 펜드로잉 원화로도, 마고 작가가 바늘로 지은 구겔호프 케이크로도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핸들위드케어는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컬러와 이야기,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연대로 북적입니다. 환하게 미소 지으며 유리문을 열고 들어오는 표정들. 눈을 반짝이며 붓과 펜, 가마와 바늘, 망치와 가위로 지어낸 세계를 살피다 마침내 즐거운 보물찾기에 성공하는 모습들. 사물에 봉인된 이야기가 일상의 기쁨으로 환원되는 장면들. 그녀의 테이블에 함께 앉아 애정이 빚은 유쾌한 풍경의 일부가 되어 보아요. 식탁에 둘러 앉아 좋아하는 것들을 오래 이야기 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2023년 8월 18일 - 9월 10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43 1층 Handle with Care

02-797-0151

전시 주최: Handle with Care

전시 기획: Sonia
참여 작가: 
노은주, 마고, 박선민, 이송희, 이희조, 정지원 

포스터 디자인: 이재민

식물 연출: 보타라보 정희연

사진 촬영: 장수인, 핸들위드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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