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을 지나 녹음이 짙어진 7월, 듀오 작품전 《여름 방학 放學》 을 앞두고 허성자 작가와 서면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완초의 유순한 아름다움과 짜임의 변주에 집중한 전시작과 특별한 협업 과정까지, 흥미로웠던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Q. 안녕하세요, 전시로는 처음 인사드립니다.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A. 안녕하세요. 저는 강화도에서 완초공예를 하는 완초장 이수자 허성자입니다. Q. 핸들위드케어에서 완초 공예는 처음 선보이는 분야입니다. 작업 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A. 화문석으로 대표되는 완초공예는 완초(혹은 왕골)라는 1년생 풀을 가공하여 씨줄과 날줄의 짜임으로 화문석, 화방석, 삼합등의 다양한 기물을 만드는 공예입니다. Q. 완초 공예, 특히 화문석이 유명한 강화도에서 태어난 후 쭈욱 그 곳에서 지내셨어요. 2000년대 중반 화문석 문화관에서 일하시다가 자연스레 완초 공예의 길에 들어서셨다고 들었습니다. 2012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전수 장학생으로 선정, 5년 후에는 제 103호 완초장 이수자가 되셨어요. 환경적인 요소가 있더라도 모두 공예인의 길을 선택하지는 않는데, 작가님이 공예의 길로 접어드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A. 강화도에서도 제가 사는 송해면은 화문석이 제작되어지는 본고장이었기 때문에 화문석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는데, 화문석 문화관에 근무하면서 화방석, 삼합 등의 완초 소품이 엄청 다양하다는걸 처음 알았어요. 왕골의 성질을 알고 다룰 줄 알아서 그랬는지 소품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좀 더 빨리 익힐 수 있었던것 같아요. 완초라는 한 줄기의 풀이 저의 손을 거쳐서 여러가지 모양의 물건이 만들어지는 것이 너무 흥미로워서 자꾸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Q. 한국 왕골 공예는 『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 이미 그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만큼 오래된 역사를 지닌 공예 분야이지요. 완초장님의 작업을 보면 기존에 보았던 왕골 공예품, 화문석과는 조금 다른 인상을 받아요. 그래픽 디자인처럼 정교하게 배치된 문양이 현대적이라는 느낌이에요. 평소 작업하실 때 주로 어디서 모티브를 얻으시는지요? A. 완초공예가 전통공예라고 해서 전통문양을 써야한다는 생각보다는 자연스러운 완초의 ‘짜임’ 이 돋보일 수 있는 작업을 좋아하고 그런 작업을 하고자 합니다. 색상을 넣어 문양을 표현할 경우에도 단순한 디자인을 선호합니다. Q.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 작업 외에 임정주 작가와 협업하신 특별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임정주 작가님과는 과거 문화유산 보존 단체인 예올에서 전통 장인과 젊은 공예인으로 나란히 선정되시기도 했어요. 함께 작업하시면서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A. 완초와 나무는 모두 자연 소재로 둘의 조합은 언제나 좋았던 것 같아요. 이번에도 역시 임정주 작가님의 아이디어로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Q. 두 작가님의 작업을 보며,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보냈던 여름 방학의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집의 처마와 오래된 나무가 드리운 그늘, 그 아래 시원한 마루 바닥의 촉감, 매미 소리나 비오는 날 듣던 개구리 울음 같은 것들이요. 작업을 바삐 이어나가는 작가님만의 휴식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A. 제가 거주하는 곳이 시골이라 작업하다가 시간을 내어 산책하러 나가는데, 공기도 좋고 시선 두어지는 것들이 모두 풀과 나무와 꽃 등 자연이라서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Q. 전시를 찾으시는 관람객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려요.A. 이번 전시 준비 과정을 돌아보니 '단정하고 다정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작업했던 것 같아요. 완초와 나무가 만난 작품에서 단정하고 다정한 마음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Q. 개인 작업으로는 전통 공예에 현대적인 미감을 접목하고, 외적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국내 공예가는 물론 이탈리아 디자이너와 협업한 작업을 전개해 오셨어요. 작가님이 그리는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계획되신 일들이나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A. 지금까지 저의 의도라기보다는 정성들인 작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지는 협업이나 기획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일단 애정하는 작가님과 장신구 콜라보 작업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열린 마음으로 작업하면서 기회가 되면 어떠한 협업이든 반가운 마음으로 도전하고 싶습니다. 허성자&임정주 작품전 《여름 방학 放學》은 2024년 8월 4일까지 녹사평 티더블유엘 4층 handle with care 에서 진행됩니다. ☞ 전시 소개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