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by Side by Side

정현지 작품전

패브릭 아티스트 정현지 작가와 핸들위드케어가 함께하는 세 번째 작품전, 《Side by Side by Side》를 시작합니다.

우리는 일상의 소중한 찰나를 잊지 않으려 사진으로, 그림으로, 글로 저마다의 기록을 남기곤 합니다. 그와 같은 시선으로 정현지 작가 역시 마음에 꾹꾹 눌러 담아 놓는 풍경들이 있습니다. 촘촘하고 가지런하게 조합된 벽돌, 다채로운 색감의 타일, 건물과 건물이 맞닿은 반듯한 경계와 같은 것들이지요.

때로 흔들리고 서툴 수밖에 없는 일상을 살아가기에, 작가는 정돈되고 반복되는 질서 속에서 비로소 마음이 차분히 안정됨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부드러운 천을 한 겹씩 쌓아 올려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가는 작업의 과정은 가지런한 균형을 찾아가는 작가만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이어온 작업의 궤적 위에서, 오랫동안 고민해 온 구조와 방식의 확장을 시도한 신작을 함께 선보입니다. 전통적인 쌈솔 방식을 바탕으로 한 보자기 작업부터, 조명, 입체 벽돌 작업을 비롯해 드로잉 작업까지 폭넓게 펼쳐 보입니다. 

정현지

한국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스위스 로잔 예술대학(École cantonale d’art de Lausanne)에서 럭셔리 앤 크래프트맨십 과정을 마친 뒤, 오브젝트 & 텍스타일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면과 입체의 관계, 구조와 공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천이라는 부드럽고 평면적인 재료를 겹치고 이어 붙이며 형태와 구조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이어갑니다.

Q. 이번 전시의 국문 타이틀인 《반듯이, 나란히》는 가지런한 것, 정돈된 것, 반복되는 것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작가님의 태도는 물론, 작업 방식까지 아우르는 제목입니다. 작업실 밖, 작가님의 일상에서도 이러한 '반듯하고 나란한' 습관이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 있는지 궁금해요.
A. 가지런히 있는 것들, 정돈된 것들, 반복되는 것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왜 그런 걸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면 단순한 취향일 수도 있지만, 제가 걱정이 많은 편이라서 그런 것들을 볼 때 더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일상에서는 오히려 자주 허둥거리고, 물건도 잘 잃어버리고, 정돈된 상태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편이에요. 그래서 어쩌면 그런 제 모습과는 반대로, 가지런하고 균형 잡힌 상태를 동경하게 되고, 일상과의 간극을 작업을 통해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게 아닐지 생각하기도 해요.

Q. 투박이, 옥사, 춘포 같은 부드러운 직물부터 가죽과 벽돌까지, 재료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작업하고 계시지요. 작업에 있어 재료를 선택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기준과, 작가님께서 느끼시는 각 재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투박이, 옥사, 춘포 모두 실크이지만 각각 고유의 결과 색감이 있어요. 특히 투박이는 함창 허호 선생님께서 만드신 천으로, 시골 강아지같이 귀여운 이름부터 또 그만의 거칠고 투박한 질감과 자연스러운 색감이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투박이보다 얇은 진주 옥사는 투명하고 맑은 느낌을 주고, 춘포는 하얗고 불규칙한 결이 마치 하얀 색연필로 그린 드로잉 같아서 특히 애정하는 재료이기도 해요. 이 모든 고운 천들은 얇고 섬세한 재료이지만, 겹치고 연결되는 방식에 따라 다채로운 색감과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Q. 반투명한 재료들이 빛을 만나 물성의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내는 점이 참 매력적입니다. 이런 특성을 살려 기능을 지닌 '조명 작업'으로 확장하시면서, 평소의 조형 작업과는 또 다른 고민이나 과정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이전 공간에서의 보자기 작업이 빛이 스며들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조명 작업에서는 빛과 재료가 더 직접적으로 맞닿으면서 천의 물성과 컬러, 그리고 라인의 경계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있던 작업이었지만, 늘 프로토타입 단계에 머물러 있다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조금 더 구체화해 보았어요. 조명을 켜지 않았을 때와 켰을 때, 작업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표정들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반듯이 불어오는 바람에 나란히 흔들리는 잎사귀의 춤을 바라보는 일이 그저 즐거운 계절. 반듯이, 그리고 나란히. 정현지 작가의 작업을 마주하면 자연히 연상되는 그 고요한 마음들을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2026년 5월 15일 - 5월 31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0104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

floating-button-i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