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le with Care에서 열리고 있는 〈百白 - 미즈노 展〉. 오프닝을 위해 방문한 미즈노 작가님은 저희도 서울에서 5년만에 뵙는 것이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마련된 80여종의 백자와 이전에 선보여왔던 기물들을 보며 궁금했던 점을 정리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그 현장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Q. 작업 일과와 작업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A. 오전 8시경 일을 시작해서 저녁 7시 30분 ~ 8시까지 매일 작업합니다. 먼저 도자기 흙을 반죽합니다. 기계를 사용하여 반죽하고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만듭니다. 다음날 형태를 만드는 성형 작업을 합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서 만든 도자기를 모아 초벌구이(유약을 바르지 않고 저열에 굽는 것)를 하고, 그 다음에 유약을 입히고 굽 부분을 다듬고 가마를 땝니다. Q. 도자기를 만들 때 쓰는 원료는 어떤 형태로 받나요?A. 점토부터 만드는 것은 현재의 작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므로, 토베 지역의 도자기용 흙을 다루는 상점에서 구입한 점토로 작업을 합니다. 토베 지역에서 도자기용 흙을 다루는 곳은 두 곳 밖에 없습니다. 그 중 하나에서 구입한 흙을 사용합니다. Q. 백색을 표현하기 위한 투명감이 있는 도자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유약은 직접 만드셨나요?A. 네, 재료를 직접 조합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유약은 흙이 가지고 있는 백색을 끌어내기 위해 최대한 단순한 유약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도석, 재, 광물(형석) 등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재료를 쓰고 있는데, 재료나 비율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비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에서는 Redrim 시리즈가 가장 사랑 받고 있는데요, 미즈노씨가 처음 만든 기법인가요?A. 아닙니다. 오래 전부터 있던 기법입니다. 그러나 백자에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붉은 유약을 가장자리에 두르고 접시 안쪽은 화려한 그림을 그리는 기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여러 고민을 하며 백자를 만들지만, 무엇보다도 레드림 시리즈를 만들 때에는 다른 그림을 그리지 않고 붉은 유약을 가장자리에 두른 것만으로도 완성된 느낌을 주는 것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완성된 제품을 보았을 때, 역시 그림이 들어가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면 안됩니다. 붉은색 유약을 칠한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은 가장 오랜 시간 제작 요청을 받는 제품이 되었습니다. Q. 미즈노씨가 만들고 있는 형태는 모두 오래된 물건을 고증한 도자기인가요?A. 네, 전부입니다. Q. 고증하여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결과가 안 좋았던 경우도 있었나요?A. 물론 있습니다. 여러 가지 형태를 고증하고 사용해 보는 과정을 반복한 끝에, 지금은 저의 기준으로 형태나 기능 면에서 만족할 수 있는 제품만 만듭니다. 매년 도쿄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위해 12월 하순부터 3월까지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전시회가 끝난 후 그 해 말까지 주문 받은 제품을 만듭니다. 주문 받는 제품을 만드는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기술을 늘리는 노력을 합니다. 기술이 좋아지면 기존 실력으로 만들지 못했던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Q. 작가님들에 따라 작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고, 다기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미즈노씨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식사용 위주의 도자기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A. 일본에서는 다도에서 사용하는 다기를 만드는 일은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합니다. 일반 도자기를 만드는 것과 다른 세상의 일입니다. 또한 오브제, 항아리 등의 조형적인 작품을 만드는 등 여러 분야가 있습니다만, 저는 그릇 중에서도 아름다우면서도 생활에 담길 수 있는 백자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눈으로 보았을 때 아름다운 것을 기본으로, 직접 음식을 담고 손에 들었을 때 피부에 전해지는 온도와 감촉, 그립감까지 편안하여 자주 사용하게 되는 백자를 만들어가는 것이 저의 오랜 목표입니다. Q. 진품(眞品) (혹은 진짜)란 무엇이라고 생각 합니까?A. 진품(眞品)를 찾기 위해서는 심도 있게 많은 것을 봐야 하고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스스로 깨닫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에서 지정한 인간국보보다 오히려 에도시대의 식기 등을 보고서 진품(眞品)이라고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진품이라는 것은 각자 생각하는 것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일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추구하는 진품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치열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진품은 제가 젊었을 때 영향 받았던 가르침을 준 사람이나 마음에 오랜 시간 동안 남았던 물건 등이 자신에게 축적되는 동안에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간 국보가 되려면 전통 공예회 같은 곳에 소속되어 상을 받으면 되는데, 저는 그런 길을 걷지 않으려 합니다. 아웃사이드, 그러니까 다른 길을 걸으려 합니다. 저에게는 역시 자신이 지향하는 목표라던가, 이상이라고 생각 하는 것이 어디에 있을까 하고 끊임없이 자신만의 고민을 하는 것이 진품을 찾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작업 하시고 싶은 것이 있나요?A. 도자기를 만드는 일을 계속 하고 싶을 뿐입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일을 계속 한다면 다음에 무엇을 만들 건지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물레를 돌리는 것을 좀 더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밖에 없습니다.(웃음) 앞으로도 물레를 돌리는 기술을 더욱 높여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20년 가까이 도자기를 만들어왔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진품에 다가서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 아직까지도 물레를 더 잘 돌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는 답변. 저희의 마음 속에도 긴 여운으로 남는 인터뷰였습니다. 〈百白 - 미즈노 展〉은 오는 11월 30일, 토요일까지 한남동 핸들위드케어에서 진행됩니다. 그 자체로도 완벽에 가까우면서 생활에 충실히 쓰이는 백자. 이번 전시에서 다양하고도 무구한 백자의 표정을 만나는 경험을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43 1층 Handle with Care◆ 02-797-0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