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식어 없이도 나의 것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 오리지널리티를 갖는다는 건 작가에게 있어 큰 도전이자 축복 같은 일입니다. 키요오카 코도 작가는 30여 년의 도예 여정 속에서 독창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을 단단히 지켜왔습니다. 볼수록 애정이 깊어지는 것도 있지만, 키요오카 코도 작가의 기물은 짧은 순간 단번에 마음을 빼앗는 힘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지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감정이지요. 유약이 그려낸 색다른 풍경을 오래 들여다보며, 유일무이한 그의 작업 이야기에 관해 물었습니다. 종일 작업에 몰두하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나누어준 키요오카 코도 작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핸들위드케어에서는 이번 전시로 처음 인사드립니다. 현재 일본 시가현 시가라키에 거주하며 도자 작업을 이어오고 계시지요. 시가라키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6대 가마터 중 하나로 손꼽히며, 모래나 자갈이 섞인 거친 입자의 점토로도 잘 알려진 지역이라고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A. 일본에서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키요오카 코도라고 합니다. 사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시가라키에 오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도자기에 큰 관심도 없었고, 단순히 구인 공고를 보고 시가라키의 도자기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어요. 제대로 된 사회인이 되기 전 잠시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처럼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이 지역에 특별한 애착이 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머물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Q. 이번 전시의 제목인 《이경 異景》은 ‘색다른 풍경’을 의미합니다. 가마 속에서 우연히 생겨나는 변화로 독특한 색과 질감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마치 누구도 본 적 없는 풍경을 한 점 한 점 펼쳐내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작업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들려주세요.A. 먼저 전시 제목을 《이경 異景》으로 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색다른 풍경’이라는 의미처럼, 저 역시 늘 그릇 표면에 나타나는 낯선 경치를 찾고 있어요. 이미지적으로는 부감(俯瞰), 즉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에 가깝습니다. 산이나 바다, 하늘처럼 자연을 이미지화하고 있습니다. 변화가 큰 유약을 사용하는 이유도 가능한 인위적이지 않게, 마치 우연히 나온 듯한 자연스러운 경치를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진짜 우연이 아니라 ‘우연을 가장한 의도적인 결과’이긴 하지만요. 이번 전시는 핸들위드케어에서 처음 인사드리는 자리이기에, 최근 일본에서 발표했던 그릇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어디까지나 일상에서 쓰이는 그릇을 만들고 있지만, 이 그릇을 통해 조금이라도 특별한 시간을 느끼실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아요. Q. 변화가 큰 유약을 사용한다는 말씀처럼 담백하게 정제된 작품의 형태에 반해, 유약에서 드러나는 색과 질감은 다층적이고도 고유한 개성이 느껴집니다. 사용하는 유약의 특징에 대해 들려주세요.A. 제가 사용하는 유약은 크게 청회(青灰), 정백유(晶白釉), 벽유(碧釉) 세 가지입니다. 그중 이번 전시에서는 청회와 벽유를 사용한 작품을 소개합니다. 청회는 조록나무 재를 베이스로 조합한 재유(灰釉)로, 작가로서 독립한 후 가장 처음 만든 유약입니다. 소성 방법이나 농도에 따라 표정이 크게 달라지는 유약이에요. 벽유는 청회를 바탕으로 조합한 유약으로, 완전한 파랑이 아닌 약간 녹색을 띤 파랑을 의도했습니다. 같은 유약을 사용하더라도 바르는 방식, 소성 온도와 시간, 사용하는 흙에 따라 표면의 질감과 색감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적토에 청회를 얇게 바르고 저온에서 오랜 시간 구우면, 얇은 부분은 짙은 녹색으로 변해 올리브빛을 띠게 됩니다. 이런 변화들이 제가 추구하는 경치를 만들어냅니다. Q. 오랜 시간 장작가마로 작업해 오다, 현재는 가스가마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작품을 보면 여전히 장작가마 특유의 요변 효과나 깊이 있는 유약의 표정이 인상적으로 드러나는데요. 장작에서 가스로 가마를 전환하게 된 이유와, 가스가마에서도 장작가마의 느낌을 표현하는 작업 방식이 궁금합니다. A. 가장 큰 이유는 ‘이상적인 색’을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연료 확보도 당시에는 쉽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당시 장작가마에서는 상상했던 색을 구현하기 어려웠고, 대부분 우연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최소한 작업의 70% 이상은 컨트롤할 수 있어야 제가 의도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스가마로 작업하게 되었어요. 일반적으로 소성 방식은 산화 소성과 환원 소성이 있지만, 저는 냉각 환원이라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냉각 환원은 가마 온도가 낮아지는 동안에도 버너의 불을 끄지 않고 환원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유약 속 금속 이온이 산소와 결합하는 것을 방지하고, 독특한 색감을 끌어냅니다. 환원 시작 시점이나 시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에, 일반적인 환원 소성과는 다른 유약 발색이나 작품의 질감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유약도 그렇지만, 소성 방법 또한 저만의 오리지널 방식입니다. 도예가로서 제 작업 스타일은 특히 이 소성 방식에서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작가님의 작업을 통해 우연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우연은 예측할 수 없기에 흥미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흙과 유약이 빚어내는 표정 속에 누구도 본 적 없는 경치를 찾고 있다’라고 말씀하신 걸 보면, 작업 속 우연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계신 듯한데요. 작가님에게 우연은 어떤 의미인가요?A.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수록 우연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우연이라는 것은 ‘나 이외의 작용이자, 그 반대인 ‘필연’과도 닮아 있습니다. 어쩌면 ‘필연적인 우연’이라고나 할까요. 인과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실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예전보다 어깨에 힘을 빼고, 우연과 더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도예의 길을 걸어오신 지도 어느덧 30여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오랜 시간 작업을 이어오며 작가님이 지켜온 마음가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A. 막연하지만, 말하자면 ‘오리지널’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예 작가, 특히 그릇을 만드는 작가들 사이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만, 저는 도자기를 만든 30년 중 약 10년을 도자기 메이커에서 일했습니다. 그곳에서는 유행하는 그릇을 비롯해 똑같은 그릇을 대량 생산했죠. 그건 수요와 기술 면에서도 굉장한 일이지만, 동시에 도예 작가가 만드는 그릇과 도자기 메이커가 만드는 그릇은 분명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만의 오리지널을 지키는 것이 제 작업의 중심이 되어온 것 같아요. Q. 일본에서 감도 높은 갤러리들과 함께 활발한 전시 활동을 이어오고 계시지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관람객과 작품을 나누게 된 소감과, 전시를 찾는 분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A. 10여 년 만에 한국에서 전시를 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지금의 한국은 일본보다 더 화려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 도자 작업이 한국의 관람객분들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키요오카 코도 개인전 《이경 異景》은 2025년 8월 8일부터 8월 10일까지, 녹사평 티더블유엘 4층 handle with care 에서 진행됩니다. Editor 오송현Photo 이승아, 키요오카 코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