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유》 오자크래프트 인터뷰

손이 닿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내면의 것을 드러내는 자유. 오자크래프트의 오자 작가는 흙과 다시 친분을 쌓아가는 기분으로 만든 이번 전시의 작업을 통해 비로소 도예가가 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재작년 겨울, 핸들위드케어에서 고지영 작가와 듀오전을 함께한 후 '자유의 조각'을 모아 개인전 《오!자유》를 여는 오자크래프트의 진솔한 이야기를 여기 나누어봅니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2023년 연말을 함께했던 《어스름 나라에서》 이후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최근 연희동으로 쇼룸을 옮기신 근황이 눈에 띄는데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A. 저희는 여전히 이런저런 크고 작은 일을 도모하며 바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연남동 쇼룸을 연희동으로 이전 오픈했어요. 새로운 공간에 새로운 이벤트들이 있어 더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Q. 새 쇼룸에 ‘오자 서울’이라는 꽤 공식적인 이름을 붙이셨더라고요. 오자크래프트 작업을 보여주는 쇼룸의 성격을 지니며 다른 작가의 전시도 열고 계신데, 공간이 바뀌면서 어떤 변화들이 생겼는지 궁금합니다.A. 작년부터 쇼룸에서 작은 전시들을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작업도 전과 많이 달라졌고요. 이러한 몇 가지 이유로 공간의 분리가 필요했고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크래프트’만은 아니기에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오자 서울’이라는 이름을 만들게 되었어요. 오자 서울의 방 하나를 오자크래프트 쇼룸으로 꾸미고, 나머지 공간을 갤러리처럼 자유롭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지난 전시 인터뷰에서 “나를 자유롭게 풀어놓는 것을 시작으로 작업 과정부터 결과까지 자유 그 자체다”라며 새로운 작업에 관해 짧게 이야기해 주셨어요. 그 ‘자유’라는 속성이 이번 전시 제목인 《오!자유》로 표출될 만큼 무척 크게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지금 오자크래프트에게 있어 자유란 어떤 의미인가요?A. 한 가지 일을 오래 하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새로운 걸 찾아야 숨이 트이는 체질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제가 만든 틀에 제가 갇혀 괴로워하는 루틴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그게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큰 과제였어요. ‘자유’는 이 과제의 큰 주제이자 또한 제 인생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전시 주제로서의 자유는 ‘시스템이 가진 모든 장치로부터 자유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 설명하고 싶습니다. 쉽게 말하면 번아웃을 이겨낼, 일하기 싫음을 극복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아마도 작업은 제게 놀이인데, 이 놀이가 일이 되는 게 싫었던 것 같습니다. 이게 가장 최근까지 확인된 결론이에요. Q. 이번 작업은 손길이 닿는 대로 빚어진 듯한 자유로운 형태와 결이 두드러집니다. 기존에는 90% 이상 슬립 캐스팅 기법을 사용한다고 하셨는데,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셨는지 과정이 궁금합니다.​​A. 이번 전시에서는 몇 가지 방향의 작업을 함께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그중 철화 작업이 전시의 메인이 될 것 같아요. 철화 작업에 대한 내용은 이어지는 질문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최근에는 캐스팅이 아닌 손작업에 빠져있습니다. 아주 원초적인 작업으로, 아이들이 하는 흙장난 같은 느낌이에요. 구상 없이 흙과 대면하여 즉흥적으로 작업을 할 때가 많습니다. 흙과 새로운 친분을 쌓아가는 기분입니다. 저는 이 작업을 자유 작업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빚은 형태에 새로 개발한 몇 가지 유약을 매칭하여 다양한 결과를 실험 중입니다. 그리고 올해 1월, 더 콘란샵 코리아 전시에서 선보였던 한지 작업도 함께 보여드리려 합니다. 당시 처음으로 그림을 전시했는데, 먹으로 그린 묵화 3점을 걸었어요. 도자기를 시작한 뒤 처음 그림을 걸어보는 일이라 고민도 많고 부담도 컸는데요. 이번에는 철화 백자 시리즈를 시작하며 그림에도 조금은 편하게 접근해 보자는 마음으로 그리게 되었습니다. 먹 그림은 그리는 시간은 짧지만,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그리게 되면서 망친 그림도 점점 쌓여갔습니다. 이런 그림을 쓰레기로 버리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려서 난로에 넣어 태우곤 했는데, 나중에는 양이 좀 많아지다 보니 이 그림을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망친 한지를 찢어 슬립에 적셔서 몰드에 넣고 캐스팅하는 방법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슬립 캐스팅 작업은 보통 속이 비어 있습니다. 속을 가득 채우면 터지거나 크랙이 많이 가게 됩니다. 그런데 슬립에 적신 한지로 캐스팅하게 되면 초벌 소성 과정에서 한지는 타서 사라지고, 흙만 한지가 구겨진 형태를 그대로 남기며 굳어집니다. 오브제의 겉면 중 얇게 만들어진 면을 부수어 구멍을 내면 그 속에 구겨진 한지 형태가 보이는 모습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캐스팅이지만 만들 때마다 당연하게 결과가 달라지는 점 또한 큰 매력이었습니다. 한지 작업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첫 작품으로는 사과를 만들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몇 가지 다른 형태로 시도한 작업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 한지 작업에 힌트를 얻어 좀 더 두꺼운 종이로도 실험을 해보았어요. 택배 상자의 골판지를 같은 방식으로 시도해 인형 같은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이 종이 인형 시리즈가 어떻게 발전할지 개인적으로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오자크래프트하면 ‘그레이시’ 시리즈가 바로 떠오를 만큼 무채색의 작업을 많이 하셨는데요. 최근 작업을 보면 은은하게 색이 스며들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백자 바탕 위로 청록빛이 괸 듯하거나, 붉은 기운이 돌기도 한 작업이 신비로운 인상을 자아냅니다. 색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태도가 바뀌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A. 그렇게 느끼실 수 있겠지만, 색에 대한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단지 새로운 실험과 시도 속에서 의도치 않게 생겨난 색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보다 가까운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여전히 제 작업이 무채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무채색의 스펙트럼이 조금 넓어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Q. 이번 전시에는 백자 위에 철화로 한자나 도형과 같은 그림을 그린 작업도 선보입니다. 도자에 회화적 요소를 더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A. 작년 말 백자 시리즈를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철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사람이고, 지금도 여전히 그림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림보다 도자기를 먼저 하게 되었고, 지금은 ‘때가 되면 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백자 시리즈를 만들면서 한국의 오래된 철화 백자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철화의 투박함과 그림의 소박함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그림에 대한 부담이 컸던 제게 큰 힌트가 되었습니다. 도자기와 그림 사이에서, 철화 시리즈가 자연스러운 매개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많은 분들이 오자크래프트의 작업을 떠올리면 위트 있는 인센스 홀더나 일상적인 식기를 먼저 생각하시겠지만, 지금껏 이야기한 것처럼 이번 전시작은 기존과는 사뭇 다른 결을 보여줍니다. 오자크래프트가 어떠한 전환점을 맞았고, 이 전시가 그 새로운 시작을 함께하는 듯한 느낌인데요. 이 전환점은 어떻게 찾아오게 되었는지, 또 지금의 변화를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A. 저는 늘 변화해 왔고, 지금도 변화하는 중입니다. 지난 《어스름 나라에서》 전시 이후, 전시에서는 식기보다는 새로운 작업을 보여 드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전시가 조금 더 새롭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전시는 ‘그 시기의 작업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제철 과일처럼요. “지금 저는 이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고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단지 최근에는 조금 더 내가 즐기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Q. 이전부터 새로운 계획을 묻는 질문엔 늘 나무, 돌, 유리 등 새로운 소재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여전히 이 마음이 유효한지,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A. 물론 유효합니다. 2023년 도쿄 전시에는 나무 조각이 있었고, 2024년 5월 전시에서는 돌과 유리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2025년 1월 전시에도 나무 조각이 있었고요. 전시마다 조금씩 다른 물성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흙 작업에 좀 빠져있어서 다른 작업을 많이 하지는 못했습니다. 올해 중반엔 유리 작업을 계획했습니다만, 흙 작업에 밀려 버렸습니다. 유리 작업은 아마 내년에 다시 시도하게 될 것 같습니다. Q. ‘진심’을 작업의 중요한 기준으로 여기지만, 지치고 힘들 때는 그 진심이 옅어지고 결국 작업에도 드러나게 된다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인상 깊게 보았어요. 그리고 진심이 담기지 않은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표가 날까 문득 궁금해졌는데요. 반대로 진심이 온전히 담긴 작업은 어떻게 드러나는지, 또 이번 전시작 중 특히 진심이 깊이 배어 있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A. 제가 이 이야기를 하고 꽤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금의 저는 ‘진심이 옅어지고 다른 작업을 하게 되더라’가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진심이 보이는 작업’이라는 건 좋은 작업입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만들어도 좋게 나오지 않으면 그건 곤란합니다. 진심을 가지고 ‘좋게 나올 때까지 도전하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작업의 기준은 결국 만든 사람에게 있을 것이고요. 본인이 진심으로 좋다고 느끼는 부분은 다른 사람도 함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전시를 찾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나눠주세요.​​A. “이 사람의 현재는 이렇구나, 다음은 또 어디로 갈까나” 하는 마음으로 편히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자크래프트 작품전 《오!자유》는 2025년 10월 17일부터 11월 2일까지, 녹사평 티더블유엘 4층 handle with care 에서 진행됩니다. Editor 오송현Photo 이승아, 오자크래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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