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g》 김동완 인터뷰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처음의 설렘은 조금씩 무뎌지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김동완 작가는 가마 속 뜨겁게 녹아내리는 주황빛 유리를 마주하는 순간,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유리를 바라보는 순간이 여전히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좀처럼 닳지 않는 것, 그만큼 근사한 일이 또 있을까요. 《Fog》 전시를 앞두고, 김동완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작업실에서 보내는 평범한 일상부터, 대표작인 안개 시리즈에 얽힌 이야기까지. 유리를 향한 순수한 마음으로 차곡차곡 쌓아온 작가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Q. 안녕하세요, 작가님. 핸들위드케어 전시를 통해 처음 인사드립니다. 먼저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서울 성수동에서 스튜디오 글라스 무브먼트(STUDIO GLASS MOVEMENT)를 운영하며, 유리 작가이자 공예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동완입니다. Q. 마라톤이나 반려견과의 산책처럼 작업 외의 다양한 일상이 창작의 영감으로 이어진다고 이야기해 주셨는데요. 요즘은 어떤 일상과 루틴으로 하루를 채워가고 계신가요? 작업실에서 일과는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궁금합니다.A. 요즘에도 크게 달라진 점 없이 반려견과 함께 매일 작업실에 나가 작업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지키려고 하는 점이 있어요. 작가라는 직업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때로는 그 자유로움에 기대다 보면 나태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일반적인 직장인처럼 아침 9시에 작업실로 출근해 작업을 시작하고, 저녁 6시가 되면 작업을 마무리하고 퇴근하려 노력합니다. 남들이 일어나 일하고 활동하는 시간에 맞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지만, 저는 그 평범함 속에서 꾸준함과 성실함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Q. TWL을 통해 꾸준히 작가님의 작업을 소개해 왔고, 올해 5월에는 TWL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쇼케이스도 함께했죠. 이번에는 핸들위드케어에서 《Fog》 전시를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만나볼 수 있는 작업이나 특히 눈여겨보면 좋을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이번 전시는 제 작업 가운데 ‘Fog series’를 중심으로 선보입니다. 하나의 시리즈도 시간이 지나다보면 여러 이유로 조금씩 변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요. 이번에는 이 시리즈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감각과 기억을 떠올리며, 제가 처음 아름답다고 느꼈던 무수한 작은 기포와 섬세한 느낌을 다시 살려보고자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포가 너무 크게 드러나는 것은 제가 바라보는 시선과는 조금 맞지 않아, 작고 잔잔한 기포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집중했습니다. 기존에 작업해 오던 항아리, 매병, 주병 형태 외에도 조금 더 다양한 기(器)의 형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편병을 비롯해 호리병 등 그동안 작업해 왔던 형태와는 조금 다른 새로운 형태들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안개 시리즈는 주로 투명한 유리 상태 그대로 작업해왔는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유리 속 기포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몇몇 작품에는 새틴 느낌의 질감으로 표면 작업을 해보았습니다. 투명한 유리 안에서 보이던 기포와는 또 다른 빛을 머금은 안개 시리즈를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Q. 전시 타이틀인 《Fog》를 직접 지어주셨지요. 작가님의 대표작인 Fog 시리즈를 뜻하는 동시에, 국문으로는 ‘풍경’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셨어요. 이에 담긴 이야기와 의미를 나눠주세요. A. 누구에게나 하나쯤 기억에 남아 있는 풍경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 작품 역시 어떤 공간에 놓이더라도 그곳과 잘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풍경’이라는 이름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작업을 처음 마주했을 때 안개 낀 숲을 떠올렸듯, 작품을 보는 분들도 각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풍경을 떠올렸으면 했습니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은 모두 다르기에, 제가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각자의 풍경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랍니다. 안개 시리즈는 제가 공예 신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게 해준 작업 중 하나라 개인적으로 참 고마운 시리즈입니다. 당시에는 작업할 공간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대학원을 막 졸업한 작가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이 작업을 바라보았을 때, 희뿌연 기포들을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과 동시에 마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숲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안으로 빛이 들어와 자잘한 기포들이 반짝이고 유리 그림자까지 빛나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떠올렸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때의 빛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때도 있지만, 예전의 그 빛을 보며 다짐했던 마음을 잊지 않으며 작업하고자 합니다. Q. 용해로 속 뜨거운 유리를 긴 파이프 끝에 말아 입으로 불어 형태를 만드는 ‘블로잉(Blowing)’ 기법으로 작업하고 계십니다. 유리를 다루는 많은 기법 중에서도 블로잉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A. 뜨겁게 녹아 주황빛으로 빛나는 유리를 처음 마주한 순간, 그 강렬한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유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블로잉 작업을 할 때면, 그 주황빛을 뿜으며 뜨겁게 빛나는 유리를 직접 다루는 순간을 가장 좋아합니다. Q. 블로잉은 손의 움직임과 호흡에 따라 자연스럽게 비정형의 형태와 예측할 수 없는 공기 방울이 맺히는 매력적인 기법이기도 하지요. 그런 우연성이 존재하는 작업이지만, 작가님께서는 늘 중심과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요소와 작가님이 지키고자 하는 기준은 작업 안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루고 있나요? A. 파이프의 중심을 기준으로 기물이 균형 있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살피면서, 기포의 크기와 밀도도 함께 조절합니다. 기포가 너무 크거나 과하게 들어가면 때로는 징그럽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작업하는 순간마다 그 정도를 세심하게 조절하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예측할 수 없는 우연에서 생겨나는 결과를 억지로 제어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정도는 우연의 효과에 맡기되 제가 의도하는 방향 안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면서, 우연과 의도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지점을 찾아가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Q. 다구부터 화병, 테이블웨어까지 쓰임이 다채로운 기물을 제작하고 계신데요. 작업마다 더욱 염두에 두는 기능적, 조형적 요소의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A. 아름답다고 느끼는 기준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제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들을 저와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작업합니다. 그래서 조형적인 부분에서는 제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선과 형태를 따릅니다. 기능적인 부분은 직접 사용해 보기도 하고, 사용자의 의견도 들으며, 경험을 통해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계속 진행 중인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공예품은 혼자만의 기준에 가두기보다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의 의견, 실제 사용하면서 쌓이는 경험과 조언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발전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유리는 빛을 투과하는 투명한 속성 덕분에 특히 여름과 참 잘 어울리는 소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께서는 유리 속 작은 기포를 통해 보는 사람마다 '이슬', '빗방울', '달 표면', '우주'처럼 서로 다른 풍경을 발견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작가님은 유리 작업을 일상 곁에 두고 지켜보시며 계절마다 어떤 매력을 느끼셨나요?A. 유리가 자연광, 특히 햇살을 받았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유리는 빛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투과하거나 반사하기도 하면서, 빛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계절마다 햇살의 각도와 세기, 밝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장소에 놓인 같은 작품이더라도 매번 다르게 느껴집니다. 제게는 이렇게 한 곳에 변함없이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유리가 참 매력적입니다. Q. 아내이신 전수빈 작가님과 함께 ‘스튜디오 글라스 무브먼트’를 운영하며 이기훈, 길성식 작가님 등 여러 동료와 작업실을 공유하고 클래스도 운영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공간을 마련하게 된 계기와, 함께 작업하는 환경이 작가님의 창작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합니다.A. 한예종 입주 작가 기간이 끝나갈 무렵,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유리 계속 할 거야, 말 거야?” 사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마음속으로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할 거야”라고 대답했죠.(웃음) 마침 그 시기에 전수빈 작가도 기존 작업실 계약이 끝나 새로운 공간을 고민하고 있었던 때였기에, 연인이기도 했던 저희는 함께 작업실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작업실을 꾸리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인테리어 공사부터 여러 현실적인 문제까지 전수빈 작가의 도움이 정말 컸습니다. 그 과정을 함께 겪으며 작업을 계속하는 것과 작업실을 운영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법도 조금씩 배워갔던 것 같습니다. 올해부터는 이기훈, 길성식 작가와 작업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서 블로잉을 하는 동료들이 함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 힘이 되어주고 자극도 받으며 더 힘내서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전수빈 작가와 제가 사용하는 기법이 달라, 각자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혼자 작업하는 것에 익숙했지만, 어느 순간에는 조금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어요. 지금은 그렇지 않고 ‘스튜디오 글라스 무브먼트(STUDIO GLASS MOVEMENT)’라는 이름의 의미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좋습니다. 서로 다른 작업을 하고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가면서도 같은 길을 걷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하는 목적과 목표 기록은 저마다 다르지만, 같은 길 위에서 누군가와 함께 달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는 것처럼요. 지금의 작업실도 그런 곳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큰 행운이고, 그 자체가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 가마 문을 열었을 때 뜨거운 열기와 함께 발광하는 주황빛 유리를 보고 첫눈에 빠져 드셨다고 하셨죠. 유리를 계속 다루면서 ‘내가 참 이 작업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확신하게 된 순간은 언제였는지, 그리고 지금도 어떨 때 유리가 여전히 좋다고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A. 지금도 여전히 뜨겁게 빛나는 주황빛 유리를 다루는 일이 좋습니다. 물론 매일 보고 작업하다 보니 익숙해져 그때의 설렘이 무뎌질 때도 있지만, 지금까지 질리지 않고 계속 작업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 그 마음은 식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햇살을 받아 빛나는 유리 표면과 바닥에 비치는 유리 그림자까지 함께 반짝이는 순간도 여전히 좋아합니다. Q. 옻칠을 결합하여 색감을 더하는 다채로운 시도처럼, 유리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작업도 많이 이어오고 계시지요.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이나,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이야기 나눠주세요.A. 유리에 옻칠을 하는 작업은 블로잉이나 가마 작업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닌, 먼저 유리 형태를 만들고 연마와 옻칠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완성해 가는 작업입니다. 그만큼 많은 시간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작업 일정이 바쁘거나 다른 일이 겹치면 옻칠 작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이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앞으로는 유리에 옻칠하는 작업에 시간을 더 두고 싶습니다. 기존에 해오던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가능성도 찾아보고, 재료와 기법에 대한 실험도 하며, 지금보다 더 완성도 높은 작업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김동완 작품전 《Fog》는 2026년 8월 21일부터 8월 30일까지, 녹사평 티더블유엘 4층 handle with care 에서 진행됩니다. Editor 오송현Photo 이승아, 김동완 제공

Handle with Care

logo
LOG IN 로그인
  • Ongoing Exhibition: 유리와 이끼 서점
    • Exhibition Archive
      • Shop: Exhibition Pieces
        • ALL
        • 유리와 이끼 서점
        • Side by Side by Side
        • 미세
        • 어딘가, 우리가
        • Clay of Elsewhere
        • Embracing
        • 오래된 사이
        • Serenity Waves
        • 월영유화 月影鎏畫
      • Journal
        • Guide
          • About
          • FAQ
          • 1:1
          • Notice
          • Review

        Handle with Care

        logo logo
        • Ongoing Exhibition: 유리와 이끼 서점
          • Exhibition Archive
            • Shop: Exhibition Pieces
              • ALL
              • 유리와 이끼 서점
              • Side by Side by Side
              • 미세
              • 어딘가, 우리가
              • Clay of Elsewhere
              • Embracing
              • 오래된 사이
              • Serenity Waves
              • 월영유화 月影鎏畫
            • Journal
              • Guide
                • About
                • FAQ
                • 1:1
                • Notice
                • Review
              Search 검색
              Log In 로그인
              Cart 장바구니

              Handle with Care

              logo logo

              Handle with Care

              logo logo
              • Ongoing Exhibition: 유리와 이끼 서점
                • Exhibition Archive
                  • Shop: Exhibition Pieces
                    • ALL
                    • 유리와 이끼 서점
                    • Side by Side by Side
                    • 미세
                    • 어딘가, 우리가
                    • Clay of Elsewhere
                    • Embracing
                    • 오래된 사이
                    • Serenity Waves
                    • 월영유화 月影鎏畫
                  • Journal
                    • Guide
                      • About
                      • FAQ
                      • 1:1
                      • Notice
                      • Review
                    Search 검색
                    Log In 로그인
                    Cart 장바구니

                    Handle with Care

                    logo logo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사업자정보확인

                    상호: 핸들위드케어 | 대표: 김희선, 길우경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길우경 | 전화: 070-4900-0104 | 이메일: withcare.twl@gmail.com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녹사평대로40나길 34, 4층 | 사업자등록번호: 636-09-01096 | 통신판매: 2020-서울용산-1658 | 호스팅제공자: (주)식스샵

                    floating-button-i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