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Grove
스튜디오 소만 작품전
부부 도예가 김덕호, 이인화가 이끄는 스튜디오 소만 작품전 《White Grove》를 시작합니다.
같은 땅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도 자라나는 모습은 서로 다릅니다. 햇빛을 향해 뻗는 가지의 방향도, 잎이 무성해지는 속도도 다르지요. 핸들위드케어는 그 모습에서 도예가 김덕호와 이인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오는 11월 6일, 부부 도예가 김덕호, 이인화가 함께하는 스튜디오 소만 작품전 《White Grove》를 엽니다.
백자는 두 사람을 이어주는 공통의 재료이자, 각자의 작품 세계를 펼쳐가는 출발점입니다. 같은 연리 기법을 사용하지만 김덕호 작가는 표면을 깎아 내부의 문양을 드러내고, 이인화 작가는 기벽을 얇게 다듬어 빛이 투과하는 백자의 아름다움을 표현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랜 시간 백자를 탐구해 온 두 작가의 대표작부터 차도구까지 한자리에 모아 소개합니다.
스튜디오 소만
도예가 김덕호와 이인화가 강원도 양구에서 함께 운영하는 공방입니다. 일상 속 사물이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든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백자의 쓰임과 조형적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테이블웨어와 생활 기물은 물론 조형 오브제, 설치미술, 공공미술 프로젝트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 왔습니다. 오랜 시간 손으로 재료를 탐구하고 그에 맞는 기술을 익히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며, 백자라는 하나의 재료에서 다채로운 표현을 이끌어냅니다.
Q. 이번 전시의 제목은 《White Grove》입니다. 2013년 도쿄에서 두 분이 함께한 첫 전시 《Sprout》에서 출발해, 그때의 새싹이 자라 작은 숲을 이루었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대학에서 선후배로 만나 부부가 되고, 스튜디오 소만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 작업해 온 시간이 어느덧 13년을 훌쩍 넘었는데요. 첫 전시를 열었던 당시와 비교해 두 분의 작업과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2013년 도쿄에서 첫 2인전을 열었을 때는 저희 모두 자신의 작업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이후 결혼하여 양구에 작업실을 꾸렸고, 올해는 아이가 태어나 세 식구가 되었습니다. 그사이 삶의 모습뿐 아니라 작업을 바라보는 생각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머릿속에 그린 형태를 얼마나 완성도 있게 구현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작업 과정에서 발견하는 예상 밖의 가능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서로의 관심과 고민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각자의 세계를 발전시켜 온 것처럼, 《White Grove》라는 전시 제목은 그동안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온 두 사람의 시간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Q. 작가님께서는 서로 다른 색의 흙을 겹치는 연리 기법을 바탕으로, 기벽을 얇게 깎아 빛이 투과하도록 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계시지요. 백자의 투광성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빛의 투과와 중첩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A. 제게 빛은 물질의 모습을 드러내는 동시에 감추기도 하는 존재입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빛이 어느 방향에서 들어오는지에 따라 표면의 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나거나 거의 보이지 않게 됩니다. 실제로 물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우리가 인식하는 모습은 달라지는 것입니다.
백자의 흰색은 이러한 변화를 관찰하기에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줍니다.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 대신 미세한 두께의 차이나 표면의 굴곡이 빛과 그림자로 나타납니다. 저는 이렇게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흔적을 일종의 잔상처럼 느낍니다. 작품을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바라보던 사물 안에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모습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감각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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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오랫동안 이어온 작업부터 새롭게 시도한 작품까지, 특별히 눈여겨보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함께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A. 오랫동안 이어온 흔적(Vestige) 시리즈를 중심으로 작품을 선보입니다. 흔적은 서로 다른 색의 흙을 겹치고 물레 위에서 성형한 뒤, 표면을 한 꺼풀씩 깎아내며 물질 안에 남겨진 흔적을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흙을 겹치고 물레를 돌리는 짧은 시간 동안 서로 다른 재료가 뒤섞이며 흐름을 만들어 내고, 그 흐름은 오랜 면치기와 연마의 과정을 거쳐 다시 드러납니다.
이 과정에는 작가의 의도와 흙이 가진 성질, 그리고 우연이 함께 작용합니다. 처음부터 모든 결과를 예상할 수는 없지만, 반복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그 변화에 대응하며 작업을 이어갑니다.
저는 이러한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작위와 무작위의 관계에 관심이 있습니다. 작품의 형태와 표면에 나타나는 색의 흐름,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 반복한 손의 움직임과 시간을 함께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Q. 평소 강원도에서 재배한 차를 나누는 다회를 열기도 하신다고 들었어요. 이러한 일상의 경험이 차도구를 만드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요. 차도구를 제작할 때 특별히 염두에 두시는 부분과, 스튜디오 소만 다구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A. 차도구뿐 아니라 스튜디오 소만에서 제작하는 다른 식기들도 마찬가지인데,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저희가 필요하고 좋아하는 사물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취향이 많이 반영되고, 실제로 사용하면서 느끼는 기능적인 부분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다관은 물을 따랐을 때 물줄기가 깔끔하게 끊어지는 절수 기능에 신경을 쓰고,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도록 제작하고 있습니다. 형태적인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고 싶은 사물이 되는 것이 저희에게는 중요한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2013년 도쿄에서 함께한 첫 전시의 이름은 《Sprout》, 새싹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의 시간은 《White Grove》라는 작은 숲으로 이어집니다. 서로의 곁을 지키며 오랜 시간 가꾸어 온 백자의 숲을 거닐어 보시길 바랍니다.
2026년 11월 6일 - 11월 22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0104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