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RESPONDENCE in Seoull

섬유를 매개로 다채로운 위빙 작업을 이어온 이정은 작가의 작품과 셀렉션을 함께 선보이는 전시 《CORRESPONDENCE in Seoul》을 소개합니다.

오랫동안 서울에서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활동한 이정은 작가는 몇 해 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정착했습니다. 낯선 길 위로 차근히 내딛는 걸음, 입가와 손끝에 모이는 서로 다른 언어들. 새로운 여정의 자취를 씨실과 날실로 엮어 둥근 원형에 담은 〈Matinee〉 시리즈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정은

건국대학교에서 텍스타일 디자인을, 파리 시립고등아트그래픽학교 L’EPSAA에서 아트그래픽, 파리 4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뉴질랜드에서 텍스타일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원통형으로 직조된 ‘Matinee’ 시리즈가 독특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A. 직조는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씨실과 날실의 교차라는 간단한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안에서 어떤 소재와 색을 어떤 패턴으로 변주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이 반복적인 작업에서 색과 연속성은 저에게 매우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에 평면에 머무르기도 하지만 끝과 끝을 이어 원형으로 만드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어요.


오랜 시간 한자리에 앉아 직조를 하다 보면 계절의 흐름이 자연스레 작업에 녹아들고는 합니다. 메인 시리즈인 〈Matinee〉는 제한된 공간의 무한한 루프 속에서 한 방향으로 줄곧 흐르는 시간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형태입니다. 덧붙이자면 ‘Matinee’는 불어로 ‘아침나절’이라는 뜻인데, 개인적으로 아침이라는 명사 ‘Matin’에 동사 어미가 붙어 마치 이른 아침이 정오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Q. 불어에서 착안한 작품의 이름, 자연의 흐름을 존중하는 뉴질랜드… 서로 다른 색채를 지닌 장소에서의 삶이 작업의 정체성과도 밀접하게 이어지는 듯합니다. 각 나라에서의 생활과 이주의 경험이 작가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궁금해요.

A. 대학을 다니면서 서울과 파리, 그리고 뉴질랜드에 이르기까지 제법 굵직한 장소의 변화를 여러 번 겪었어요. 사는 곳뿐만 아니라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여성으로서의 변화도 있었습니다. 이 여정에서 자연스레 다층적인 정체성에 관한 고민이 깊어졌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게 위빙은 흩어진 정체성을 한군데로 모으는 창과도 같습니다.


☞ 작가와의 인터뷰 전체 보기

한편 이국에서의 생활은 자연스레 토착 문화를 향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자연의 변화를 존중하는 뉴질랜드 창작자의 기물과 재료의 물성을 섬세하게 변주하는 국내 공예가의 작업, 곁에 오래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일용품을 한데 모아 ‘CORRESPONDENCE’라는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서신 교환’이라는 의미를 지닌 CORRESPONDENCE에는 애정 어린 편지를 교환하듯 두 나라의 이야기를 교류하고 싶다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Q. 이번 전시는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Shop CORRESPONDENCE’의 셀렉션을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뉴질랜드와 한국의 작업을 교류하는 만큼 ‘서신 교환’이라는 이름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데요.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A. ‘CORRESPONDENCE’는 말 그대로 한국과 뉴질랜드 두 나라의 공예와 디자인을 교류하고 소개하는 플랫폼입니다. 이곳에서 정착하고 지내다 보니 두 나라가 서로의 아름다움에 관해 제한된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는 답답함을 가지고 있던 차에 두 곳의 이야기를 교류하는 일을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뉴질랜드 공예품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뉴질랜드는 사람의 발길이 닿은지 비교적 얼마되지 않아 자연의 에너지가 매우 강한 땅입니다. 습도 차가 큰 기후 덕에 수종이 독특하고, 화산섬이기 때문에 흙의 성질도 다릅니다. 작업자들은 이러한 재료의 성질에 거스르지 않고 이해하며 존중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벌목한 목재를 사용하지 않고, 태풍에 부러져 침수된 나무를 말려 작업한 그릇은 미묘한 광택과 틀어진 형태를 지니는데 저는 이것이 뉴질랜드 공예를 설명하는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파리와 오클랜드, 오랜 안식처인 서울까지. 긴 여로를 빛의 리듬에 실어 섬세하게 직조한 작품을 만나보세요. 동시에 낯선 듯 친숙한 이국의 풍경을 반가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눕니다.

2022년 8월 9일 - 9월 9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43 1층 Handle with Care

02-797-0151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포스터 & 리플렛 디자인: 이재민


floating-button-i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