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건너

후쿠시 하루카 개인전

봄과 여름 사이 완만한 다리를 지나며, 유리 공예가 후쿠시 하루카의 네 번째 국내 개인전 《계절을 건너》를 시작합니다.

계절이 옮겨가는 길목에서 작가는 흘러가듯 이어져 온 삶의 풍경을 떠올립니다. 밤이 걷히고 푸르러지는 아침 하늘처럼,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지닌 열매처럼. 작가에게 변화는 일상 속 차곡차곡 쌓여가는 감각이자 담담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마주하는 삶의 일부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완만한 변화를 주제로, 작가의 대표 기법인 ‘파트 드 베르(Pâte de verre)’ —고운 유리 파우더를 석고 틀에 부어 만드는 방식—로 완성한 월 행잉 신작과, 봄과 여름 사이의 풍경을 담은 선명한 색감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후쿠시 하루카 福士 遥

2011년 무사시노 미술대학 공예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도쿄에서 유리 공예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 폭의 그림처럼 서정적인 풍경과 섬세한 색채를 담은 작업을 전개합니다.

Q. 《봄의 휘파람》, 《봄은 비스듬히》, 《솔솔》에 이어 올해 한국에서 네 번째 개인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봄을 맞는 3월에 전시를 진행했다면, 이번엔 여름으로 넘어가는 5월에 한국 관람객을 만나게 되었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작품을 선보이시나요? 전시에 담긴 이야기와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네 번째 개인전인 만큼 작품 전반의 인상이 더 폭넓게 느껴질 수 있기를 바랐어요. 지금까지 소개해 온 것처럼 따뜻하고 선명한 봄·여름의 색감을 담은 작품과, 보다 차분한 가을·겨울의 이미지를 더해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구성을 목표로 작업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주로 작년 가을부터 올해 봄에 걸쳐 제작한 작품을 선보이는데요, 그 계절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과 이런저런 생각, 그리고 다가올 여름에 대한 생각 등 사계절 내내 떠오른 색과 형태들이 담겨 있습니다. 

Q. 작년에는 튤립으로 가득 찬 공간을 상상하며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은 작품을 선보이셨지요. 이번에는 계절을 따라 변화하는 색과 생각들을 만나볼 수 있을 거라 하니 더욱 기대됩니다. 전시를 준비하며 ‘완만한 변화’를 주제로 삼고 싶다는 이야기도 전해주셨는데요. 특히 ‘완만한’이라는 표현이 인상 깊었어요. 어떤 마음으로 이번 작업에 임하셨나요?
A. 육아 중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장을 지켜보는 시선으로 작업한 작품이 늘어난 것 같아요. 계절의 흐름, 흔들리는 감정, 상태를 바꾸며 계속 이어지는 것들…. 변화하는 것을 즐겁게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모티프들이 서로 연결되며 이번 작업이 완성되었습니다. 사람이 과거를 돌아보고 변화를 느끼기까지는 약간의 시차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완만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조금씩 변화를 깨닫고, 받아들이고, 그리고 또 나아가는 것. 이번 전시는 그런 담담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Q. 유리 공예가로서 작업을 이어오신 지도 어느덧 15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이번 전시의 주제처럼 완만한 변화가 계속되었겠지요.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며 어떤 크고 작은 변화를 마주하셨는지,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온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대학교 졸업 이후부터면 15년이 되었네요. 정말 무아지경으로 달려온 시간이었고, 그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게 가장 큰 전환점은 2017년부터 파트 드 베르(Pâte de verre)’ —고운 유리 파우더를 석고 틀에 부어 만드는 방식—를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유리로 그림 같은 입체를 만들고 싶다’, ‘벽을 장식할 수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는 생각으로 방법을 찾던 중에, 방향을 틀 수 있었던 건 참 행운이었어요. 이 기법으로 작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벌써 8년째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뭔가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요. 이 길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고 지금의 제게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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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간 수토메 아포테케리의 초여름 향 블렌드를 소개하는 시향 공간도 함께 마련됩니다. 후쿠시 하루카의 작업과 어울리는 대표 블렌드 또한 소개할 예정이니, 향을 통해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더욱 선명하게 마주하고 각자의 시간 속에서 지나온 계절과 마음의 움직임을 떠올려보시길 바랍니다. 

2025년 5월 30일 - 6월 8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0104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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