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와 이끼 서점

김은주&오수 작품전

유리로 만든 책 곁으로 실로 엮어낸 낯선 식물의 형상이 자라나는 곳. 김은주와 오수, 두 작가가 함께 만든 《유리와 이끼 서점》으로 초대합니다.

☞ 전시 작품 구매하기

눅진했던 여름을 비로소 놓아주는 가을 어귀, 녹사평 언덕에는 어딘가 신비로운 서점이 문을 열 채비를 마쳤습니다.

오랜 시간 책을 만들다 이제는 유리를 매개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김은주 작가, 그리고 포근한 텍스타일 재료로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해 온 오수 작가. 서로의 일상과 작업을 나누며 가까운 이웃이자 든든한 동료로 교류해 온 두 사람이 '서점’이라는 하나의 상상 아래 모였습니다.

김은주 작가는 좋아하고 아끼는 책의 표지를 활판인쇄의 질감까지 살려 유리 위에 옮기고, 문장을 보관하는 유리 편지봉투를 만들어 상상 속 서점의 장면을 채워갑니다. 오수 작가는 오래된 서적 속 식물과 광물, 유물과 신화의 이미지를 도톰한 뜨개와 펠트로 감싸 새로운 형태를 더하고, 식물을 닮은 조형물로 공간 곳곳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김은주

책을 만드는 편집자로 일하다 유리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빛을 받는 순간 찬란하게 변하는 유리의 물성을 좋아하며, 이야기와 유리를 엮어 사물에 담아냅니다. 곁에 두고 아낄 수 있는 따뜻한 사물, 자연스럽게 생활에 스며드는 정물을 만들며 유리와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수

텍스타일 재료를 기반으로 나뭇잎처럼 작은 오브제부터 공간을 채우는 커다란 조형물까지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합니다. 식물이 움직이고 자라나는 모습과 자연의 패턴, 직물 구조 사이의 닮은 점에 주목하며, 자연의 생명력을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형태로 풀어냅니다. 

Q. 유리를 이야기할 때면 ‘빛’을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아요. 한 인터뷰에서 계절마다 작업실에 들어오는 빛의 방향과 느낌이 다르고, 같은 유리도 아침과 오후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고 말씀하셨죠. 여름의 빛에서는 강한 생명력과 기세를, 가을의 빛에서는 조금은 쓸쓸한 기운을 느낀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아 있어요. 이번 전시는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드는 9월에 열립니다. 이번 작품들이 9월의 빛을 만나 어떤 모습으로 비치길 바라시나요?
A. 저는 유난히 ‘빛’ 타령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유리를 시작하기 전부터도 그랬던 것 같은데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계절에 상상으로 가득한 서점을 꾸리게 되어 기쁩니다. 여행지에서 좋은 서점을 만나면 호기심이 생기고 안심되는 마음이 동시에 들듯이, 《유리와 이끼 서점》에서도 여러분이 그런 마음으로 어떤 신비로운 시간 속에 쑥 빠져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유리와 이끼 서점》이라는 제목처럼,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책’이 있습니다. 그림책부터 문진, 마음에 드는 문장을 담는 편지봉투까지. 책을 둘러싼 여러 장면을 유리로 옮기셨는데요.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눠주세요.
A. 저에게 책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지만, 이번 전시에서 무엇보다도 유리로 구현해 보고 싶었던 것은 유리 안에 활자와 문자를 넣는 일이었어요. 어떻게든 책의 물리적 형태를 유리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이 전시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먼저 책의 얼굴인 표지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평소에 좋아하는 책들의 표지를 여러 가지 유리 기법을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서점에 가득 꽂혀있는 책들을 상상하면서 그 일부를 구현했으니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고 고르듯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책은 제 좋은 친구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좋은 구절을 만나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지는 순간이 많았어요. 그 마음으로 유리 편지봉투를 만들었습니다. 좋아하는 자신만의 글귀를 넣어도 좋고, 간직하고 싶은 식물을 넣어도 좋을 것 같아서요. 너무 투명하니 비밀 편지는 안 되겠지요? 그렇게 봉투를 만들다 문득 파도를 담아보고 싶었어요. 바다를 담은 봉투. 유리라서 가능한 세계겠죠? 파도 유리 봉투 안에 물을 넣으면 정말 나만의 작은 바다를 가진 것 같아서, 더운 여름 작업실 안에서 잠시 시원한 순간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Q. 이번 전시작 중에서도 오래된 식물과 광물, 유물과 신화 속 이미지를 뜨개질과 펠트로 감싼 작업이 눈에 띕니다. 평면의 이미지가 도톰한 뜨개와 펠트에 둘러싸이면서 묘한 입체감을 갖게 되는 점이 재미있어요. 어떤 것은 마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이런 형태의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A. <포근한 테두리>는 오래전 여행하며 모은 우표나 티켓, 그리고 사진 위에 여행의 기억을 기념하기 위해 작게 뜨개질로 프레임을 만들어준 <수브니흐 수브니흐>의 연장선에 있는 작업인데요. 이번에는 뜨개보다 표현이 조금 더 자유롭고 회화적인 재료인 펠트로 프레임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이번 전시를 계기로 더 다양한 펠트 프레임 작업을 시도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완성한 작업에 포근한 테두리(Cozy Frame) 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Q. 《유리와 이끼 서점》에서 ‘이끼’를 맡으셨을 만큼, 작가님 작업의 많은 부분은 식물을 모티프로 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식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으신 것 같아요. 언제부터 식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셨는지, 그리고 그 관심이 자연스럽게 작업의 주요 소재로 이어지게 된 과정도 궁금합니다.
A. 산과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환경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피부병과 알레르기가 심해서 계절이나 공기에 남들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자연의 변화를 좀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고요.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작업을 할 때도 다른 소재보다 자연에서 온 것들에 먼저 마음이 가게 된 것 같습니다.



☞ 오수 작가와의 인터뷰 전체 보기

좋아하는 서점에서는 찾던 책으로 곧장 향하기보다 책장 사이를 천천히 거닐게 됩니다. 그러다 뜻밖의 책 한 권,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를 발견하기도 하지요. 《유리와 이끼 서점》도 그렇게 느린 걸음으로 둘러보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이곳에서 우연히 마주친 장면 하나가 언젠가 다시 펼쳐보고 싶은 기억이 되기를 바랍니다.

☞ 전시 작품 구매하기

2026년 9월 4일 - 9월 13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0104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

floating-button-i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