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김선갑 선생님께서는 50여 년간 작품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나전을 시작하겠다고 처음 결심한 순간이 떠오르시는지요.
A. 하루는 할아버지께서 네가 그림을 잘 그리니 나전을 배워보면 어떻겠냐 하시더군요. 그렇게 공방에 들어가 수련하기 시작한 게 18살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저는 자개를 그림으로 여겼던 듯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더 생동감 있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고요. 그러다 30대가 되었을 때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꿈은 컸는데 작업이 성에 차지 않더군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고민한 끝에 이론을 공부하자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기술만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느꼈지요. 장인이 아닌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그때부터였고요.
Q. 스스로를 명인이 아닌 작가이자 화가로서 정체화하신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자유로운 창작을 위해 수묵화, 동양철학 등을 꾸준히 공부하신 점도요.
A. 20여 년 동안 수묵화를 그리러 전국 방방곳곳을 다녔습니다. 40만 킬로미터를 달리고 폐차했지요. 소나무가 뻗어나가는 형상, 이파리의 생김새 등을 살피며 자연의 섭리를 배웠습니다. 나전은 미술사적으로 학문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았기에 저 스스로 공부하며 나름의 이론을 정립해나가야 했어요. 그러면서 ‘나는 자개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구나, 화가구나’라는 생각이 점차 확고해졌습니다. 인간문화재와 명장으로 지정하려던 것도 거절했고요. 장인이 기능보유자라면 작가는 기능을 뛰어 넘는 사람인데, 제가 바라는 것은 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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