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김도헌 & 이유진 작품전
계절의 문턱에서 생동감을 더해줄 도예가 김도헌과 이유진의 듀오 전시 《미세》를 시작합니다.
3월이 오면 품게 되는 기대들이 있습니다. 완연한 봄날의 환대, 혹은 비로소 무언가를 시작해도 좋겠다는 기분 좋은 예감 같은 것들 말이지요. 오는 3월 6일, 핸들위드케어는 계절의 문턱에서 생동감을 더해줄 도예가 김도헌과 이유진의 듀오 전시 《미세》를 선보입니다.
두 작가의 작업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히 봄의 장면이 떠오릅니다. 여린 듯 단단한 빛깔과 형체에선 나지막한 바람이, 작업표면 위에 맺힌 유약의 빙렬에선 단단한 대지를 뚫고 나오는 새봄의 생명력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유약이라는 물질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두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재료를 바라보는 내밀한 시선을 공유합니다. 테이블웨어와 오브제를 비롯해 서로 다른 자유로운 궤적을 그려낸 작업들은 다가오는 계절을 맞이하는 따뜻한 색감으로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김도헌
암석과 광물이 만들어내는 자유로운 아름다움을 사물에 담아냅니다. 재료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무수한 변주를 탐구하며, 그 과정에서 발견한 독창적인 질감과 색채를 미립(微粒)의 세계라는 이름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유진
단정한 형태 위에 번져내리는 유약의 색과 흐름을 통해 자연이 만들어내는 섬세한 순간을 표현합니다. 그 안에서 스스로 피어나는 색과 질감의 조화를 살피며, 일상 기물 안에 자연의 빛을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Q. “작업에 ‘나’를 많이 담지 않으려 노력하며 절반 정도는 물질에 맡긴다”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우연이 만드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도, 그 우연을 마주하기 위해 끊임없는 실험을 지속하신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이 상반된 두 요소가 작가님의 작업 속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루고 있나요?
A. 저는 작업의 마무리를 제가 완전히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절반 정도는 물질과 가마의 시간에 맡겨둔다고 느껴요. 제가 하는 실험은 그릇이나 사물로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가마에서 잘 나올 수 있도록 조건을 맞추는 데에 가깝습니다. 또 여러 재료를 혼합하며 더 좋은 질감과 색의 방향을 찾는 과정에 가까워요. 하지만 고온의 가마 안에서 형성되는 유약의 패턴이나 결정의 형태는 제가 의도적으로 만들거나 배치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릇마다 모두 다르게, 매번 새롭게 나타나는 그 자연스러운 결과가 좋아서, 만들 때마다 여전히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은 유약의 색과 흐름을 통해 자연이 만들어내는 섬세한 순간을 표현하시지요. 이를테면 이른 아침 들판에 머무는 연한 풀빛처럼, 구체적인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자연을 작업의 주요한 모티프로 삼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어릴 적 강원도 홍천에서 지냈어요. 제가 바라보는 모든 곳에 산이 있었고, 그렇게 매일 자연을 곁에 두며 지내왔습니다. 서울에 와서도 집 앞에 큰 산책로가 있어 사계절 피고 지는 나무들을 관찰하는 시간이 늘 자연스러운 일상이었어요.
자연은 저에게 늘 가까우면서도 익숙했기에 항상 편안함을 주는 대상이에요. 그 감각이 작업 중에서도 특히 유약의 색감을 선택할 때 많이 드러나게 된 것 같아요.
또 자연은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어요. 같은 나무의 잎들도 하나하나 모두 다른 것처럼요. 제 그릇도 약간의 형태와 기울기, 두께에 따라 유약의 흐름이 모두 달라요. 이 모습이 저에게는 인위적이지 않고 가장 편안하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져요.
가마 안에서 유약이 스스로 형태와 색을 만들어내는 순간, 그 미세한 아름다움을 마주하는 일은 두 작가에게 작업을 지속하게 하는 가장 큰 즐거움이 되어줍니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피어난 미세한 변화의 세계를 관찰하며, 두 작가가 마주했던 발견의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2026년 3월 6일 - 3월 15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104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