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여음餘音 

스기사키 마사노리 조각전

조각가 스기사키 마사노리スギサキマサノリ의 국내 두 번째 개인전 <돌의 여음餘音>을 소개합니다. 

2021년에 이어 2022년 새해 첫 전시로 스기사키 마사노리의 조각전을 선보입니다. 한해가 꼬박 지났는데도 모두를 혼란하게 해온 역병의 기세는 여전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희망과 낙담을 자주 오가며 체념하는 일에 익숙해졌습니다. 세상의 변화는 속도를 더해가고 원래의 세상은 사라져버린 듯합니다. 고대하는 소식은 기약이 없고 소란만 더해가는 지금, 이곳에 당도한 작품들에 누적된 시간의 무게를 상상하며 그 침묵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려 합니다.

스기사키 마사노리 スギサキマサノリ

1962년 출생. 1988년 도쿄예술대학원을 졸업한 뒤 일본 미야기현 가쿠다시를 기반으로 조각 작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공공 조형물과 대형 작품 중심의 경력을 쌓아오던 중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작업 방향에 전환기를 맞게 됩니다. 멀리서 바라보고 감탄하는 대상이었던 기존 작업에 더하여, 생활 가까이에 부적처럼 두고서 자주 눈이 마주칠 수 있는 소탈한 스케일과 주제의 작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순하고 친밀하면서도 석재가 지닌 ‘불멸의 감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Q. 《사귀게 된 돌》 展 이후 일 년이 흘러 새해가 밝았네요. 지난 한 해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A. 집과 아틀리에가 깊은 산속에 있어 주로 가족들과 일상을 보냈어요. 그리고 예년처럼 조각에 전념했습니다.


Q. 지난 전시는 서울에서 작가님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였지요. 오시는 분들마다 따뜻한 시선으로 작품과 눈을 맞추고 감응하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작품에 관심이 깊은 만큼 작가님을 궁금해하는 분도 많았어요. 작가님이 조각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오랫동안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원동력에 관해 듣고 싶어요.

A.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 만드는 일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나무와 진흙으로 여러 가지를 만들면서 놀기도 했고요. 물건을 만들 때는 자유롭게 이미지를 상상하며 시간을 잊을 만큼 열중했어요. 동시에 “이 시간이 계속 이어진다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했고, 어느덧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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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Prayer와 Nap 시리즈를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Nap으로 소개 된 시리즈의 정확한 이름은 <오수(午睡낮잠) 혹은 열반(涅槃)상>이라는 점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A. 〈Prayer〉는 동일본대지진(2011년) 이후에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큰 석재로 공공장소의 기념물이나 위령비를 제작하고 있을 때, 사적인 공간에 작은 기도의 장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들었습니다. 특정 종교에 얽매이지 않고 기도하는 이의 모습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마음 깊숙이 기도하는 사람은 선뜻 다가가기 어렵기 때문에 멀리서 본 그림자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Nap〉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완전한 수동의 형태죠. 수동의 형태는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Q. 동물의 얼굴이나 모습을 표현한 시리즈도 눈에 띕니다. 한 폭의 초상화가 연상되기도 하고요. 특정한 이미지를 보고 조각하시는지, 떠오르는 심상을 따라 작업하시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A. 동물의 사진이나 자료는 잘 보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모델을 보면 오히려 만들기 어려워집니다. 가끔 실제로 동물을 보면, 제가 만든 모습과 달라 놀라곤 합니다. “코끼리 다리가 이렇게 길었던가?” 라던지요.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 고양이만큼은 매일 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구르고 깎인 돌에는 계절의 눈비와 누군가의 자취, 형형한 달빛이 들어 있습니다. 작가는 생의 밀도가 빼곡히 깃든 돌을 짙은 울림을 지닌 존재로 빚어냅니다. 다양한 표정을 품은 돌에 눈을 맞추고 피어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세요. 불멸의 대상을 향한 염원, 오후의 나른한 콧소리, 사박대는 풀잎을 딛고 선 동물의 천진한 얼굴. 달뜬 기대가 떠오르는 새해, 마음속으로 울려 퍼지는 돌의 여음에 응답하듯 나지막이 소망을 나누어 보면 좋겠습니다.

2022년 1월 18일 - 2월 13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43 1층 Handle with Care

02-797-0151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포스터 & 리플렛 디자인: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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