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ance
키요오카 코도 개인전
한 해를 지나, 다시 찾아온 여름의 길목에서 일본 도예가 키요오카 코도의 두 번째 작품전 《Nuance》를 엽니다.
같은 듯하지만 조금 다른 것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어떠한 ‘뉘앙스’를 지녔다고 부릅니다.
키요오카 코도 작가는 완벽하게 통제된 결과보다, 작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변화와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을 소중히 여깁니다. 흙과 불, 그리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피어나는 미묘한 차이가 기물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그의 작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뉘앙스가 됩니다.
오랜 유약 연구와 독창적인 소성 방식을 통해 자신만의 섬세한 도예 표현을 구축해온 키요오카 코도 작가.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전시에서 큰 사랑을 받은 다채로운 유약의 테이블웨어와 함께, 한층 깊어진 시선으로 또 한 번 새로운 풍경을 그려낸 신작을 선보입니다.
키요오카 코도 清岡 幸道
오사카예술대학 공예학과를 졸업한 후 시가라키 도자문화공원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선정을 계기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흙과 불, 유약이 만들어내는 유일한 표정을 탐구하며, 일상에서 쓰이는 예술적 도구를 만들고자 합니다.
Q. 이번 전시 타이틀인 《Nuance》를 직접 제안해 주셨어요. 뉘앙스는 미묘한 차이, 혹은 직접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단어인데요. 우리는 흔히 예술 작품을 마주할 때 ‘이해’하려고 노력하곤 하죠. 하지만 뉘앙스는 이해하기 전에 먼저 마음으로 ‘느껴지는' 영역에 가까운 단어라고 느껴집니다. 이 단어를 타이틀로 선택하신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가요?
A. 같은 형태의 그릇이라도 각각 담고 있는 풍경이 조금씩 다릅니다. 다양하기 때문에 고르는 즐거움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실은 고르기 전부터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져 있는 경우도 있지요. 그래도 한 번쯤은 망설이며 골라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릇을 처음 봤을때 느끼는 인상은 사람마다 달라서,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흥미롭습니다. 지금까지 보고 느껴온 것들, 믿어온 것들... 너무 깊은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지만, 아름답다고 느끼는 감각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사실 제 개인적인 미감을 누군가에게 강하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제 그릇을 사용하는 분들에게 무언가 전해지고, 어떤 감정을 느껴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Q. 오랜 시간 꾸준히 만들어오신 기본 작업들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디자인이 조금씩 변해왔다고 들었습니다. 과거 초기의 작업과 지금의 작업을 나란히 놓아둔다면, 어떤 부분이 가장 달라져 있고, 또 어떤 부분은 변함없이 유지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독립했을 당시에는 더 얇고, 모서리의 각을 살린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샤프하고 스토익한 인상이었지요.
색은 검은색이나 회색 계열이 중심이었습니다. 이번에 보내드린 작품도 청회색이 주인데요, 이 작업들은 지금도 소량이지만 만들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의 작품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때는 ‘가을과 겨울의 작가’라고 불린 적도 있었습니다. 봄에는 연락을 받지 못했었죠. 다만 검은색이나 회색이라고 해도 완전한 단색은 아니었습니다. 갈색 기운이 섞인 검은색, 풍경이 담긴 회색 같은 색들이었고, 그런 감각은 지금의 작업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제 작업을 풍경이 있는 그릇으로 봐주신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Q. 사물에 담긴 덧없음이나 불확실함이 아름다움의 원천이자 삶의 원동력이라고 하신 말씀이 인상 깊었어요. 보통의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것, 혹은 완벽하게 완성된 것에서 안정감과 아름다움을 느끼곤 하는데요. 작가님께서 유독 변하는 것, 그리고 불확실한 것에 마음이 이끌리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예술 작품을 보는 것은 무척 좋아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평범한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적인 물건을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오랫동안 도자기 제조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당연히 형태도 유약도 균일한 것이 요구되었습니다. 불확실한 것에 끌리는 이유에는 그런 환경에 대한 반작용도 어느 정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유약 표현에 한정해서 이야기하자면, 지난해 전시 전에 잠깐 말씀드린 적도 있지만 저는 자연을 비추는 듯한 풍경을 매우 좋아합니다. 흘러가는 구름, 사계절에 따라 변하는 밭의 모습, 시들어 가는 나뭇잎,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대지 같은 것이지요.
저는 도쿄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은 홋카이도의 시골에서 오랫동안 보냈습니다. 아마 그 시절의 옛풍경이나 향수를 떠올리는 일이 지금도 제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속 풍경을 상상하는 일이 작업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다른 작업의 표정과 그 안에 깃든 저마다의 뉘앙스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2026년 6월 26일 - 6월 28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0104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