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유

오자크래프트 작품전

10월의 중턱, 자유를 향한 작가의 선언과 모색을 마주하는 오자크래프트 작품전 《오!자유》를 시작합니다.

작가는 몰드와 물레를 내려놓고 최소한의 도구만으로 흙과 다시 마주합니다. 어린 시절 흙을 만지던 기억처럼 계획보다 손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이며, 흙과의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쌓아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탄생한 자유의 조각들로 구성됩니다. 회화와 도자의 경계를 오가는 철화 백자 플레이트, 기존 형태에 새로운 크랙 유약을 더한 플레이트 시리즈, 구상 없이 손이 이끄는 대로 빚은 자유 작업들. 서로 다른 흙과 새롭게 개발한 유약을 조합해 완성한 플레이트, 베이스, 찻잔형 오브제가 함께하며, 흙의 감각을 확장한 한지 작업도 함께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를 향한 오자크래프트의 선언과 모색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오자크래프트

‘오승욱의 자유그림’을 의미하는 ‘吳自畵'와 'Craft'의 합성어로, 도예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창작 활동을 전개합니다. 오자와 제비 두 작가가 함께 운영하며, 시간이 머물러 있는 듯한 분위기와 고유한 색감을 지닌 오브제와 테이블웨어를 만듭니다. 현재는 자신만의 기준과 감각에 집중해, 보다 유연하고 확장된 형태의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지난 전시 인터뷰에서 “나를 자유롭게 풀어놓는 것을 시작으로 작업 과정부터 결과까지 자유 그 자체다”라며 새로운 작업에 관해 짧게 이야기해 주셨어요. 그 ‘자유’라는 속성이 이번 전시 제목인 <오!자유>로 표출될 만큼 무척 크게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지금 오자크래프트에게 있어 자유란 어떤 의미인가요?
A. 한 가지 일을 오래 하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새로운 걸 찾아야 숨이 트이는 체질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제가 만든 틀에 제가 갇혀 괴로워하는 루틴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그게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큰 과제였어요. ‘자유’는 이 과제의 큰 주제이자 또한 제 인생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전시 주제로서의 자유는 ‘시스템이 가진 모든 장치로부터 자유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 설명하고 싶습니다. 쉽게 말하면 번아웃을 이겨낼, 일하기 싫음을 극복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아마도 작업은 제게 놀이인데, 이 놀이가 일이 되는 게 싫었던 것 같습니다. 이게 가장 최근까지 확인된 결론이에요.

Q. 오자크래프트하면 ‘그레이시’ 시리즈가 바로 떠오를 만큼 무채색의 작업을 많이 하셨는데요. 최근 작업을 보면 은은하게 색이 스며들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백자 바탕 위로 청록빛이 괸 듯하거나, 붉은 기운이 돌기도 한 작업이 신비로운 인상을 자아냅니다. 색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태도가 바뀌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A. 그렇게 느끼실 수 있겠지만, 색에 대한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단지 새로운 실험과 시도 속에서 의도치 않게 생겨난 색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보다 가까운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여전히 제 작업이 무채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무채색의 스펙트럼이 조금 넓어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Q. 이번 전시에는 백자 위에 철화로 한자나 도형과 같은 그림을 그린 작업도 선보입니다. 도자에 회화적 요소를 더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A. 작년 말 백자 시리즈를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철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사람이고, 지금도 여전히 그림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림보다 도자기를 먼저 하게 되었고, 지금은 ‘때가 되면 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백자 시리즈를 만들면서 한국의 오래된 철화 백자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철화의 투박함과 그림의 소박함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그림에 대한 부담이 컸던 제게 큰 힌트가 되었습니다. 도자기와 그림 사이에서, 철화 시리즈가 자연스러운 매개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작가와의 인터뷰 전체 보기

틀을 벗어나 손이 이끄는 대로 만들어진 작품은 완성보다는 과정의 흔적에 가깝습니다. 다듬지 않은 표면, 즉흥적으로 생겨난 굴곡과 자국. 자유의 형태를 지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 오자크래프트의 여정을 함께 지켜봐 주길 바랍니다.

2025년 10월 17일 - 11월 2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0104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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