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ently

모습 작품전


작은 존재와 여린 것의 이미지를 도자 작품으로 담아내는 모습의 작품전 《Silently》를 시작합니다.

모습의 두 작가는 소소하며 여린 것의 이미지를 도자 작품으로 담아냅니다. 우리 곁의 생명, 자연, 오랜 환상이나 추억을 가만히 응시하여 빚고 그리고 채색한 끝에 하나의 자기 인형을 완성합니다.

이번 전시는 누구보다 짙고 느리게 순간 속에 머무르면서 모습의 시선으로 발견한 아름다움을 톺아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선명한 것보단 조금은 흐릿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작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모습은 작품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넌지시 해석의 여지를 넘겨줍니다. 덕분에 우리는 기억 저편 아스라이 남아있는 추억을 떠올리고, 그 흐릿한 추억이 나의 일상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고 있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모습

선경, 승민 두 작가가 함께 그리고 빚고 채색해 하나의 도자 작품을 완성합니다. 모습은 세상의 작은 존재와 소소하고 여린 것의 이미지를 주목합니다. 모습의 자기 인형에는 우리 곁의 생명, 자연, 오랜 환상이나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Q.《Silently》는 오랜만에 서울에서 여는 전시입니다. 국내 전시를 진행한 지 5년이 지난 만큼 모습의 신작을 손꼽아 기다려온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이번 전시에서 작가님의 시선으로 포착한 작고 여린 존재는 무엇인가요?

​​A. 2024년은 누군가 돌봐야 하는 일이 많은 한 해였어요. 얼마 전엔 가까운 가족을 떠나보내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작업에 몰두할 수 없었어요. 건강하던 사람이 얼마나 순식간에 사그라들 수 있는지 실감한 한 해였죠. 작고 여리기는 인간도 예외가 아니지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메멘토 모리> 작업은 조금은 어둡고 삐뚤어지고 싶던 올해의 ‘모습’을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메멘토 모리를 주제로 한 여러 신작엔 안톤체홉의 단편소설 ‘공포’의 인물들도 등장해요. 불가해한 삶과 나이 듦, 두려움, 죽음. 여러 감정을 이번 작품에 담았습니다. 여성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이 함께 있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마주하고 기꺼이 견디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 외에 모습이 만들어온 사람과 동물들, 신화적인 이야기들, 상처와 생명력에 대한 새로운 작품들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Q. 모습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실제 동물의 외형을 빼닮은 섬세한 굴곡과, 그 작은 피겨에 새겨진 세밀한 표정 하나하나에 감탄하게 됩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에 약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고요. 핸드 페인팅 등 작업 과정과 관련해서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모습의 작품엔 그림, 조소, 도예 세 가지 장르가 고루 혼합되어 있어요. 입체 형상에 페인팅해 자기로 구워내는 거죠. 핸드 페인팅 안료는 발색이 제한적이고, 기물을 굽기 전까진 어떤 느낌으로 나올지 예상하기 힘들어요. 적당한 색과 표정, 무늬를 찾으려면 오랜 실험이 필요하죠. 채색을 수정하고 굽고 다시 수정하고 굽는 과정을 2~3개월 반복하면서 차츰차츰 완성도를 높여갑니다. 실패한 걸 제외하면 일 년에 새로 만들어지는 작품은 5~7종 정도예요.

Q. 모습의 작품에는 ‘단발머리 소녀’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대개 동물이나 자연의 품에 안겨 있어요. 아이를 포근하게 품은 모양새를 바라보면 절로 따뜻한 온기가 느껴집니다. 모습의 작품에서 소녀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A. 언젠가부터 사람이 동물 위에 올라타 있는 형상을 만들기 주저해요. 굳이 만든다면 동물이 인간을 구원하듯 기꺼이 태워준 느낌이 들어야 하죠. 동물과 사람이 함께 등장할 때 가장 무해해 보이는 형태는 어떤 것일지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자아이가 자주 등장하게 되었어요. 물론 기술적인 이유도 있는데, 적당히 풍성한 머리로 얼굴을 감쌀 때 표정이 더 두드러져서 좋더라고요. 아이의 붉은 볼은 작품의 생기를 돋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죠. 배색 구상을 하다보면 어떤 색은 꼭 들어가야 하는데, 붉은 색조가 그래요.

Q. <흰 비둘기와 노래하는 사람>처럼 모습의 작품은 하나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두 사물을 조합하는 구성이 많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두 사물을 하나로 붙여 제작하지 않고 분리하여 작업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관람객에게 저마다의 활용법을 열어두기 위한 의도인지요.
 A. <흰 비둘기와 노래하는 사람>에서 사람과 동물을 분리해 만들지 않았다면 비둘기는 그저 작은 장식이 되어버렸을 거예요. 신기하게도 분리되었을 때 주연과 조연 없이 대등한 존재감을 갖게 되더군요. 산양과 누워있는 사람, 눈 나무와 작은 아이처럼 두 존재 사이의 묵묵한 이야기를 강조하기도 합니다. 물론 만드는 재미도 있고요.

Q. 이번 전시는 12월의 한가운데에 시작됩니다. ‘이누이트, 얼음 나무, 눈밭’처럼 겨울이 떠오르는 풍경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 때문일까요, 유독 이 계절과 잘 어우러지는 듯해요. 작품의 흰 부분이 새하얀 눈을 연상케도 합니다.

A. 모습의 작품에서 흰색은 그저 바탕이 아니라 우리가 세심히 만든 흰색이에요. 그러니까 ‘채색된’ 흰색이면서 가장 중요한 기본색이지요. 가마에 구웠을 때 투명유의 반짝거림을 덜어내는 것도 중요해요. 얼음 같은 광택 대신 눈을 뽀득뽀득 뭉친 듯한 질감을 만드는 거예요. 조금 까다로운 작업이죠. 단번에 할 순 없고 여러 번 굽기를 반복해야 해요. 그렇게 만들어진 흰 바탕에 늦가을 풀잎 같은 녹색을 입힌 작품들이 모습의 겨울나무들이에요. 이 흰색과 녹색의 정갈한 대비를 무척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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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삶에 깊이 스며들기 쉽지 않지만 어쩐지 모습이 그린 풍경은 낯설지 않습니다. 작가의 세계에서 나의 세계가 겹쳐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24년을 끝맺는 지금, 이번 전시를 통해 나를 미소 짓게 하던 여린 존재들을 다시금 기억하는 시간이 되길 기원합니다.

2024년 12월 13일 - 2024년 12월 29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Handle with Care

02-797-0151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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