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으로의 걸음

김성희 작품전


소호수 김성희 작가의 두 번째 작품전 《영원으로의 걸음》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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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을 앞두고 낙화하는 나무에서 묵묵히 걸어가는 이의 모습을 봅니다. 만개하는 찰나 다시 낮은 곳으로 흩어져 회귀를 거듭하는 생의 소리 없는 자취를. 


2021년 《봄은 파랑 展》에서 자연의 생명력을 조명했던 작가는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쇠락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피어난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김성희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소품과 가구를 만들면서 나무를 만났습니다. SOHOSU라는 이름으로 사람의 손길이 머문 나무 그림을 그리고 오브제를 제작합니다. 2017년부터 찰나의 아름다움이 깃든 모빌에 매료되어 우든 모빌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실하고 일관성 있게 감정의 세계를 구축하여 모빌로 표현하는 것에 힘쓰고 있습니다.

Q. 이전 전시에서는 경쾌한 리듬감과 생명력이 돋보였다면, 이번 작품은 조금 더 차분하고 섬세한 느낌이 들어요. 새로운 모빌 작업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전체적으로 사계절의 식물을 면면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모빌은 ‘움직임’과 ‘동세動勢’가 중요한 요소인데요.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작품은 움직임과 함께 식물의 생명력뿐만 아니라 회복력에 초점을 두고 제작했습니다. 일부 모빌은 꽃과 잎의 모양을 구체적으로 조각해 시간성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고자 했어요. 나뭇가지에서 자라난 식물이나 떨어진 잎을 표현한 시리즈를 새로 시작하기도 했고요. 절망과 희망, 쇠락과 회복, 수행과 애도의 감정을 잘 담아내기 위해 계절이 순환하면서 변화하는 식물의 모습을 조금 더 세밀히 표현하게 된 것 같아요.


Q. 쇠락과 회복을 다루게 된 배경이 있나요?

A. 어느 날 집에서 키우는 식물을 들여다보던 중 바닥에 떨어진 잎을 주워 선반에 올려놨더니 끄덕끄덕 움직이더라고요. 작업실에 이 작은 잎을 가져다 놓고 나무로 비슷하게 만들어 본 것이 〈잎〉 시리즈의 시작이었습니다. 며칠 지났더니 떨어진 잎사귀는 마르고 난 뒤 결국 둥글게 쪼그라들더군요. 〈잎〉과 〈낙엽〉 시리즈는 마르는 과정에서 움직일 수 있는 시간까지의 잎을 표현했습니다. 모빌의 전형적인 형태와는 다르지만, 저에게 모빌의 ‘움직임'은 생명이자 수행이며, ‘움직일 수 있음'은 회복이자 희망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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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탠딩 모빌을 주로 만드시는 이유가 있나요?

A. 모빌의 구조를 구상할 때 ‘세운다'에 의미를 크게 두고 있습니다. 모빌 구조물로서의 움직임을 사람이나 삶, 관계에 빗대기도 해서 스탠딩 모빌 형태를 좋아해요. 정립하는 모빌을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어서 아이디어가 더 많이 생기기도 하고요. 스탠딩 형태는 바람이 불거나 공기의 흐름이 있을 때뿐만 아니라 손으로 직접 만지고 보면서 감각을 활성화하기 좋다고 생각해 자주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Q. 작품을 소장하고 계신 분들, 이번에 새롭게 모빌과 만나게 될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작년부터 ‘소호수 모빌 의원'이라는 이름을 짓고 망가진 모빌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모빌의 나무 조각은 계절에 따라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균형이 달라지기도 하고, 만지거나 자리를 옮기다가 떨어뜨릴 수도 있잖아요. 일상의 사이사이에 아낌없이 모빌을 만지고 보면서 ‘움직임'을 감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혹여 떨어뜨려 망가지거나 조각의 균형이 흐트러지면 소호수 모빌 의원에 편하게 맡겨주세요.

스러진 잎사귀, 때로는 마른 가지의 떨림 속에서 조용히 중심을 잡아가는 식물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회복과 치유의 힘을 넌지시 전해줍니다. 토양에서 빛으로, 애도에서 수행으로, 그리하여 영원으로 향하는 군락에서 한 그루의 작은 안식처와 만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2023년 4월 11일 - 4월 30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43 1층 Handle with Care

02-797-0151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포스터 디자인: 이재민

작품 촬영: 김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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