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White

박용태 작품전

핸들위드케어에서 여는 박용태 작가의 네 번째 작품전, 《Beyond White》를 시작합니다.

그 누구보다 진중하게 백자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탐구해온 작가에게 백자는 순수나 담백과 같은 관습적 언어로 환원되는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의 의도와 자연, 질서와 무질서, 물질과 감각, 생성과 소멸이 분리되지 않은 채 얽혀 있는 상태 — 그 본원적인 존재에 대한 물음을 투영하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전시의 중심축을 이루는 ‘The Captured’ 연작은 이러한 사유를 담은 작업입니다. 기교와 장식을 절제한 형태와 시각적 여백은 명료한 답 대신, 관객 각자의 내면을 비추는 하나의 질문이 됩니다.

박용태

자연의 흐름과 작업의 궤를 같이 하며, 대상과 주체의 공명을 생각합니다. 변화와 흔적을 통한 내재적 표현을 기반으로 다양한 규모의 백자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The Captured’ 작업이 비로소 완성에 이르렀다고 느끼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또한 작업 안에서 발견하는 미학적 차이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해 주세요.
A. 저는 이 작업에서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자연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둘 가운데 어느 하나 우위를 정하는 일이 아니라, 인간이 자각할 수 없는 더 큰 시간의 흐름과 그 안에 개입하는 의도적 행위의 순간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흔적으로 남는다는 점입니다. ‘The Captured’는 바로 그 얽힘의 순간에 드러난 존재의 상태입니다.

어떤 결과를 남길 것인가를 선택할 때도, 저는 그것을 ‘성공’이나 ‘실패’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더 정교한 것, 더 아름다운 것, 더 안정된 것을 고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보는 것은 그 표면 안에 단 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서는 밀도가 있는가, 즉 물질적 현상 이상의 어떤 존재감이 발생하고 있는가입니 다. 우연처럼 보이더라도 단지 우연으로 소모되지 않고, 일련의 응축된 시간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 다. 저는 그때 비로소 작품이 저에게 말을 걸어온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그 말을 명확한 문장으로 번역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작품은 더욱 큰 질문으로 남습니다. 완성의 선언이 아니라, 끝없이 유예되 는 물음의 형태에 가깝습니다.

Q. 무언가를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이전보다 기교와 장식을 최대한 절제한, 훨씬 정제된 흐름의 작업을 선보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어떤 형태를 하고 있든 같은 철학의 맥락에서 탄생하지만, 지나치게 구체적인 용도나 기능이 강하게 환기 될 땐 ‘무엇에 쓰이는가’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그 순간 대상과 마주하며 발생할 수 있었던 직관적인 감각이 조금은 흐릿해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형식이 간결해질수록 ‘무엇을 떠올려야 하는가’보다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그 침묵의 영역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작품을 보며 즉시 해석하는 대신, 마음의 파문 속에 머물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이번 전시가 관객의 인식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는 하나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작품이 놓인 공간에서 작가님이 기대하시는 확장된 경험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요?
A. 작품은 명료한 의미를 전달하는 대상이 아니라, 각자가 스스로의 내면과 마주하게 되는 하나의 질문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제가 기대하는 경험은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는가를 아는 것이 아니라, 이 경험이 각자에게 무엇을 열어놓는가에 더 가깝습니다.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은 하나의 시작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입니다. 그 만남이 끝난 뒤에도 설 명되지 않는 감각이 오래 남아, 문득 자기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것. 익숙하다고 믿었던 삶의 모양 이나 감정의 구조, 세계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울림을 만드는 것. 저는 작품이 그런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 기를 바랍니다.

작품은 무엇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어떤 정지, 침묵, 어떤 흔들림을 건넬 뿐입니다. 그리고 그 흔들림이 각자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질지는 누구도 미리 결정할 수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 미결정성 속에 일의적이지 않은 감상의 지속성 있다고 믿습니다.

바라보는 이의 인식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대지로서의 백자. 작가의 사유와 감상자의 공명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백자가 비로소 소유의 대상을 넘어 인식의 확장으로 향유될 수 있길 소망합니다.

2026년 4월 10일 - 4월 19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0104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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