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g
김동완 작품전
여름과 가을을 잇는 8월의 끝 무렵, 김동완 유리 작가의 작품전 《Fog》를 엽니다.
《Fog》라는 제목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 무더웠던 어느 여름날 작가의 작업실 창가로 향해봅니다. 땀을 식혀줄 바람을 기다리며 앉은 창가에서 작가가 발견한 건, 유리 화병에 알알이 맺힌 기포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던 찰나였지요. 작가는 그 모습 속에서 안개 낀 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의 풍경을 떠올렸습니다.
희미한 안개를 쨍하게 뚫고 들어온 빛처럼 강렬했던 그 순간의 이끌림. 한여름 창가에서 우연히 마주한 그 풍경은 지금 김동완 작가를 대표하는 ‘Fog’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이슬, 달의 표면, 혹은 별. 안개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보는 이에 따라 안개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곤 합니다. 우리를 숲으로, 바다로, 또 우주로 이끄는 이 무수한 기포들은 이번 전시에서 화병과 항아리, 차도구와 문진의 형태를 이룹니다.
김동완
유리 가마 속 주황빛으로 녹아 빛나던 유리의 모습에 매료되어 지금까지 유리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1,200도 이상의 용해로에서 녹인 유리를 파이프에 불어 형태를 만드는 블로잉 기법을 사용합니다. ‘중심과 균형'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유리라는 재료가 지닌 물성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태도를 통해 일상에서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공예품을 선보입니다.
Q. TWL을 통해 꾸준히 작가님의 작업을 소개해 왔고, 올해 5월에는 TWL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쇼케이스도 함께했죠. 이번에는 핸들위드케어에서 《Fog》 전시를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만나볼 수 있는 작업이나 특히 눈여겨보면 좋을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이번 전시는 제 작업 가운데 ‘Fog series’를 중심으로 선보입니다. 하나의 시리즈도 시간이 지나다보면 여러 이유로 조금씩 변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요. 이번에는 이 시리즈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감각과 기억을 떠올리며, 제가 처음 아름답다고 느꼈던 무수한 작은 기포와 섬세한 느낌을 다시 살려보고자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포가 너무 크게 드러나는 것은 제가 바라보는 시선과는 조금 맞지 않아, 작고 잔잔한 기포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집중했습니다.
기존에 작업해 오던 항아리, 매병, 주병 형태 외에도 조금 더 다양한 기(器)의 형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편병을 비롯해 호리병 등 그동안 작업해 왔던 형태와는 조금 다른 새로운 형태들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안개 시리즈는 주로 투명한 유리 상태 그대로 작업해왔는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유리 속 기포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몇몇 작품에는 새틴 느낌의 질감으로 표면 작업을 해보았습니다. 투명한 유리 안에서 보이던 기포와는 또 다른 빛을 머금은 안개 시리즈를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Q. 유리는 빛을 투과하는 투명한 속성 덕분에 특히 여름과 참 잘 어울리는 소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께서는 유리 속 작은 기포를 통해 보는 사람마다 '이슬', '빗방울', '달 표면', '우주'처럼 서로 다른 풍경을 발견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작가님은 유리 작업을 일상 곁에 두고 지켜보시며 계절마다 어떤 매력을 느끼셨나요?
A. 유리가 자연광, 특히 햇살을 받았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유리는 빛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투과하거나 반사하기도 하면서, 빛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계절마다 햇살의 각도와 세기, 밝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장소에 놓인 같은 작품이더라도 매번 다르게 느껴집니다. 제게는 이렇게 한 곳에 변함없이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유리가 참 매력적입니다.
Q. 다구부터 화병, 테이블웨어까지 쓰임이 다채로운 기물을 제작하고 계신데요. 작업마다 더욱 염두에 두는 기능적, 조형적 요소의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아름답다고 느끼는 기준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제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들을 저와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작업합니다. 그래서 조형적인 부분에서는 제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선과 형태를 따릅니다.
기능적인 부분은 직접 사용해 보기도 하고, 사용자의 의견도 들으며, 경험을 통해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계속 진행 중인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공예품은 혼자만의 기준에 가두기보다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의 의견, 실제 사용하면서 쌓이는 경험과 조언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발전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전시의 이름은 《Fog》이지만, 국문으로 ‘풍경’이라 읽기를 권합니다. 한 작업에서 저마다의 풍경을 발견하고, 그 안에 자신의 기억을 포개어 일상에서 오래 함께하는 것. 그것이 작가가 작업을 이어가는 큰 기쁨이기도 합니다. 안개를 마주하는 시선마다 다양한 풍경이 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2026년 8월 21일 - 8월 30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0104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