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결경 漆黑潔景

박수이 칠예전


칠흑漆黑으로부터 맑은 빛을 길어 올리는 박수이 작가의 칠예 작품을 소개합니다.

봄볕이 영그는 5월, 박수이 작가의 칠예전 《칠흑결경 漆黑潔景》을 시작합니다. 20여 년간 긴 호흡으로 이어온 작업을 크고 작은 밭이 담긴 옻칠화, 돌담을 두른 밭 형태의 바구니 그리고 밭을 일구다 건진 돌로 쌓은 모빌의 세 축으로 선보이는 전시입니다.

박수이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목칠공예 석사 과정을 마친 뒤, 현재 브랜드 Sui57Atelier를 운영하며 옻칠공예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통 공예기법을 바탕으로 생활 기물부터 칠화, 가구 등 다양한 작품을 전개합니다. 2006년부터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통영옻칠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Q.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먼저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A. 옻칠과 목선반 작업을 하는 공예가 박수이입니다. 브랜드 수이57 아틀리에를 운영하며 다양한 옻칠 작업을 소개하고 있어요.


Q. 공예적 요소를 접목한 옻칠화 시리즈가 인상적이에요. 회화로 작업의 영역을 새롭게 확장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옻칠화 〈밭 시리즈〉는 칠예 작업과 ‘밭 일구기’에 관한 단상에서 시작되었어요. 칠 작업 행위 자체가 매일 만들고, 칠하고, 가는 일의 반복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밭을 일구는 농부의 일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화판에 결을 낼 때도 작은 땅을 일구는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옻과 부드러운 흙, 물을 섞어 쓱쓱 바르면 표면이 금세 양지의 얼굴을 띄어요. 그후엔 색칠한 조각이나 자개를 파편화하여 땅속에 씨를 뿌리듯 나열한 뒤, 칠로 덮고 토닥이며 마감합니다. 씨앗이 단단한 껍질에서 나와 각자의 빛 조각을 하나둘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크고 작은 밭을 소망하는 이들에게 저의 밭을 내어주고 싶다는 바람이 담긴 시리즈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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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업 과정을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나요?

A. 먼저 바탕이 되는 백골을 만들고 칠해서 말립니다. 그 위를 삼베 등으로 감싼 뒤 찹쌀과 옻칠을 섞은 풀을 발라 건조해요. 마르고 나면 표면을 다듬고 칠합니다. 이때 생기는 틈은 흙과 물, 옻칠을 반죽한 것으로 메우고, 말린 후에는 표면을 갈아냅니다. 그다음은 또다시 칠하고 말리는 작업의 반복이에요. 모든 과정의 사이사이에는 온도와 습도 등 주변 환경 요소를 빈틈없이 준비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마무리되면 뒤틀림 없는 형태가 되는데, 그다음부터는 작업자의 의도를 조금씩 더해요. 보통은 칠을 여러 차례 하며 갈고 말리기를 반복해 단단한 표면을 만들고, 자개나 금박으로 장식한 뒤 광을 내어 마무리합니다.


Q. 옻칠 그릇과 식기, 모빌, 옻칠화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스펙트럼도 다양한데요. 오랜 호흡으로 옻칠 작업을 이어오신 원동력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A. 정확한 답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살면서 가장 오랜 시간을 공들여 이해하려고 노력한 대상이 칠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재료나 형태적인 측면에서도 자기만의 기법을 개발해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끼기도 했고요. 지금까지도 어렵고 괴로운 순간이 많지만, 작업자로서는 칠예의 다양성이 늘 새로운 연구 대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계속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수백 번의 옻칠과 손길을 더해 반듯하게 지어낸 토양 위로 반짝이는 씨앗은 앞으로 다가올 풍요로운 전경을 꿈꾸게 합니다. 작품에 서린 빛과 바람, 공기를 느끼며 각자의 마음에 심을 소망 하나씩을 발견해보면 좋겠습니다.

2023년 5월 4일 - 5월 28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43 1층 Handle with Care

02-797-0151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포스터 디자인: 이재민

식물 연출: 보타라보 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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