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ging Memories

윤여동 작품전

여름과 가을이 맞닿는 8월의 끝자락, 핸들위드케어에서 여는 윤여동 금속공예가의 두 번째 작품전 《Hanging Memories》를 시작합니다.

이번 전시는 벽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작가에게 벽은 단지 공간을 나누는 물리적 경계가 아닌, 기억을 품은 구조물이자 시간이 매달린 표면입니다. 그에 맞닿은 사물은 공간과 사람 사이를 매개하는 ‘벽의 언어’가 되어줍니다.

거울, 액자, 선반, 행거처럼 일상에서 벽에 붙어있거나 거는 대상을 금속이라는 물성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선보입니다.

윤여동

프랑스 생테티엔 아트&디자인 대학교 ESADSE에서 오브제 디자인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에서 금속공예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다’는 정중동 靜中動의 자세를 기반으로 일용품과 오브제 사이를 오가는 금속공예 작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Hanging Memories》입니다. ‘벽은 액자나 달력처럼 과거의 기억을 품는 구조물이다’라는 작가님의 이야기에서 착안한 제목인데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과 전시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해 주세요.
A. 저는 ‘벽’을 떠올릴 때, 공간의 피부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액자나 달력, 사진 등을 벽에 걸며 그 위에 시간을 쌓아갑니다. 그렇게 벽은 과거와 기록을 품고 있는, 하나의 기억의 구조물이 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 속 벽에 붙거나 걸리는 사물들을 금속이라는 단단한 물성으로 재해석하여, 시간과 기억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Q. ‘조용한 가운데에 움직임이 있다’를 뜻하는 ‘정중동(靜中動)’은 작가님의 작업에서 핵심이 되는 개념이지요. 지금도 정중동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이어가고 계신가요? 지난 전시 인터뷰에서 “아직 정중동을 마음에 꼭 들게 작품에 녹여보지 못했다”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지금은 어떤 마음이신가요?
A. 저에게 ‘정중동’은 여전히 중요한 화두입니다. 지난 전시 때 말씀드렸던 것처럼, 작품 속에 그것을 완벽하게 담아내기란 여전히 과제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만히 매달려 있는 금속 조각들도 빛과 바람, 시선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임을 만들어 냅니다. 그 미묘한 떨림과 변화를 바라보며, ‘정중동’이란 완성된 상태라기보다 작업을 이어가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스며드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것을 억지로 구현하려 하기보다, 작업이 가진 고유의 흐름을 따라가며 기다리고 지켜보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Q. 황동, 적동, 알루미늄, 은 등 하나의 소재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금속을 고루 사용해 작업하고 계시지요. 작품마다 금속의 종류를 달리 선택하는 작가님만의 기준이 있을까요? 또 각각의 금속이 지닌 고유한 매력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A. 저는 특정한 금속 하나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여러 금속이 가진 성질과 분위기를 고르게 활용하려고 합니다. 작품을 구상할 때마다 형태와 맥락, 그리고 담고 싶은 감정에 가장 잘 어울리는 금속을 선택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황동과 적동은 따뜻한 노란빛과 로즈골드 빛의 금속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빛깔이 깊어지고, 중후한 인상을 남깁니다. 은과 알루미늄은 같은 은색빛의 금속이지만 은은 고요하고 섬세한 빛을 띄며, 시간이 흐를수록 표면에 어두운 산화막이 생겨 깊고 무게감 있는 분위기로 변해갑니다. 마치 세월이 스며든 종이처럼, 은은 그 자체로 시간의 흔적을 기록하는 금속입니다. 알루미늄은 다른 금속보다 산화에 자유롭고, 무게 또한 가볍기에 형태를 확장하고 실험하기에 용이합니다.

금속은 사람의 손을 타며 지문이나 작은 흔적을 남깁니다. 저는 그런 자취들이 단순한 얼룩이 아니라, 시간과 맞닿아 있는 기록처럼 느껴집니다. 금속 표면 위에 켜켜이 쌓이는 흔적은 결국 ‘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표면’이 되고, 저는 그 흔적을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바라봅니다.



☞ 작가와의 인터뷰 전체 보기

작가가 두드려 빚은 금속의 표면에는 손의 온기가 느껴지는 질감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차가운 물성 안에 깃든 따뜻한 감각과 그 위에 포개어진 시간의 이야기를 직접 마주해 보시길 바랍니다.

2025년 8월 22일 - 8월 31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0104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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