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빛, 실
파이브콤마 작품전
소만(小滿)을 마중하는 오월의 한가운데, 텍스타일 디자인 스튜디오 파이브콤마 작품전 《틈, 빛, 실》을 엽니다.
자유로운 직조 언어로 이야기하는 파이브콤마 정혜진 작가에게 ‘틈’과 ‘빛’은 실과 함께 직물을 엮는 재료가 됩니다. 짜임과 짜임 사이 생겨나는 여백, 그 틈에 스며드는 빛, 시시각각 변화하는 그림자의 모양까지도 작가는 온전한 직물로서 바라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로 다른 물성의 실을 빛과 그림자로 함께 엮어낸 새로운 직물 작업을 소개합니다. 대표작인 행잉 설치 작업부터 풍경, 베이스, 테이블 매트에 이르는 일상의 사물까지. 한지, 울, 실크를 재료 삼아 폭넓게 펼친 직조 작업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반짝이며 공간을 채웁니다.
파이브콤마
정혜진 작가가 이끄는 파이브콤마는 위빙과 태피스트리를 기반으로 수공예 직물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텍스타일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독특한 질감의 텍스타일을 선보이며, 하나의 주제에 얽매이지 않는 설치와 연출 작업을 통해 직물의 표현 방식을 넓혀갑니다. 단순한 사용성을 넘어 공간에서 하나의 오브제로 존재하고 감상 될 수 있는 직물 작업을 지향합니다.
Q.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틈, 빛, 실》입니다. 작가님 작업은 실을 엮는 것이자 그 사이의 틈을 엮는 것이고, 틈을 지나는 빛과 생각을 엮는 작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전시를 대표하는 실, 그리고 빛과 틈의 기억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A. 틈, 빛, 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어와 순간들이에요. 빛을 가득 담은 직물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해요. 실과 실 사이로 빛이 담기면 빛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가 실과 직조되어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 내고, 그 순간에 다른 어딘가에 그림자가 직물을 또 만들어 내고 있어요. 무심코 돌아본 시선에 그 장면이 닿을 땐 잠깐이지만 그 귀여움에 마음이 말랑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매일의 빛이 다르기 때문에 매일 다른 결의 반짝임을 볼 수 있어요. 아주 잠깐이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마주하는 행복감이 좋아요. 그걸 보고 싶어서 작업실에 아침 일찍 나가요. 매일 봐도 매일 좋아서!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는 한지, 리넨, 실크를 주로 사용해서 작업을 했어요. 한지, 리넨, 실크는 나무 섬유로 만들어진 천연 섬유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실크는 누에고치가 만들어 내는 것이지만, 누에가 먹은 나무 섬유가 주된 재료이기 때문), 실이 되었을 때는 서로 다른 질감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재밌는 것 같아요.
Q. 파이브콤마의 핵심은 ‘직조’라는 방식으로 새로운 물성의 직물을 만드는 데 있다고 하실 만큼, 직조 작업에 대한 애정이 무척 깊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직조를 기반으로 한 텍스타일 작업에 매료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 작업이 작가님의 삶의 태도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하나씩 쌓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같은 소재라도 엮는 순서,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텍스처를 가진 직물이 되잖아요.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우연한 아름다움을 좋아합니다.
직조는 정말 시간을 쌓는 작업이에요.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처음부터 계획하고 하는 작업이든, 즉흥적으로 하는 작업이든, 어떤 소재로 어떻게 작업을 하든 어쨌든 시간을 들여서 쌓아가야 한다는 점은 변함없어요. 때론 지루한 반복이기도 하고 마음처럼 잘 만들어지지 않을 때도 많지만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완성됩니다.
그건 어떤 일을 하든지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매일 시간을 들여 화분에 물을 주면, 식물이 그 시간만큼 자라고 꽃을 피우잖아요. 그런 시간을 일상에 잘 쌓아 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매일 아침 운동을 하는 시간을 쌓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먹는 시간을 쌓고, 틈틈이 산책하는 시간을 쌓고, 작업을 하는 시간을 쌓고…. 그렇게 좋아하는 무언가를 하는 시간을 쌓다 보면 꽤 괜찮은 하루가 완성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요.
무르익은 햇볕 아래 파이브콤마의 작품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여름날의 쉼처럼 평온한 틈의 기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본 전시는 TWL과 2025 공예주간이 함께하는 기획 프로그램 《소만의 일들》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2025년 5월 16일 - 5월 25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0104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