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돌

스기사키 마사노리 조각전

가을을 반갑게 맞이하는 9월의 끝자락, 핸들위드케어에서 여는 스기사키 마사노리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 《머무는 돌》을 시작합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인형과 마음을 나누듯 우리는 스기사키 마사노리 작가의 돌을 바라봅니다. 사람, 동물, 사물의 형상을 넘어 언어 바깥의 마음을 나누는 벗. 핸들위드케어에서는 올해도 그 무언의 대화를 이어가는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스기사키 작가는 무엇을 어떻게 만든다라는 언어를 통한 인식에 갇히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만들고 싶은 것에는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손이 가지 않습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제작에 열중해 시간을 잊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영원하면서도 늘 현재에 있는 작품을 만듭니다. 

스기사키 마사노리 スギサキマサノリ

1962년 출생. 1988년 도쿄예술대학원을 졸업한 뒤 일본 미야기현 가쿠다시를 기반으로 조각 작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공공 조형물과 대형 작품 중심의 경력을 쌓아오던 중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작업 방향에 전환기를 맞게 됩니다. 멀리서 바라보고 감탄하는 대상이었던 기존 작업에 더하여, 생활 가까이에 부적처럼 두고서 자주 눈이 마주칠 수 있는 소탈한 스케일과 주제의 작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순하고 친밀하면서도 석재가 지닌 ‘불멸의 감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Q. 이번 전시 타이틀은 《머무는 돌》로, 첫 전시였던 《사귀게 된 돌》의 흐름을 이어갑니다. 지난 5년간 곁에 머물며 늘 한결같았고, 또 매번 다르게 느껴진 작가님 작업을 생각하며 만든 타이틀인데요. 작가님은 지난 시간 동안 작업에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느끼시나요? 반대로 변하지 않고 이어져 온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작품의 변화는 오히려 저 자신보다 관람객이 더 잘 알아보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사회에서 작품 평가하는 방식이기도 하지요. 저는 가능한 한 제 작품을 스스로 평가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언어에 의한 인식이 되려 제 작업에 대한 욕망과 폭을 좁히는 듯해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에요. 만들고 싶은 것에는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손이 가지 않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언어를 바탕으로 한 행위는 언제나 저를 지배하곤 합니다. 그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일 ‘제작에 몰두해 시간을 잊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어쩌면 「기도하는 사람」이나 「낮잠」은 ‘언어의 지배에서 벗어난 순간의 장면’을 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Q. 작품의 변화는 오히려 관람객이 더 잘 알아본다는 앞선 답변처럼, 실제로 작가님께서는 “타인의 다정한 시선에서 비로소 작품의 주제를 깨닫게 된다”라고 이야기해 주신 적도 있는데요. 혹시 시간이 흐른 뒤 작가님께도 작업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고 느낀 순간이 있으셨을까요?
A. 말씀드린 대로, 손이 가는 대로 만든 작품 중에는 무의식적으로 품고 있던 것이 자연스럽게 표현될 때가 있어 스스로도 놀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작품을 다시 마주하면, 그 안에 숨어 있던 제 마음이나 생각이 제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순간을 경험합니다. 그런 것을 보면 무의식은 늘 의식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 느껴집니다.

Q. 돌, 점토, 나무를 재료로 사람, 동물, 과일 등 다양한 형태의 조각 작업을 하시지요. 각 재료가 지닌 매력은 무엇인지, 또 작품에 따라 어떤 기준으로 재료를 선택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 나무는 실제로 만졌을 때 따뜻하고 보기에도 부드럽습니다. 나뭇결에는 각기 특징이 있어 그것을 제 편으로 삼아 작업합니다. 세밀한 조각이 가능해 섬세한 표현에 적합합니다.

그에 반해 돌은 단단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지닙니다. 그러나 종류에 따라서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돌도 있습니다. 세공은 어렵고 투박하지만, 그렇기에 실내에 놓았을 때 강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점토는 부드러운 상태일 때와 단단해져 갈 때, 두 단계에 걸쳐 작업을 진행합니다. 마음대로 형태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자유로움 만큼이나 최종 모양을 결정할 때는 때에는 매우 우유부단해지기도 합니다. 나무와는 또 다른 부드러움이 있고, 잘 깨지기 쉬운 성질은 시간의 덧없음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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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핸들위드케어와 처음 인연을 맺었던 《사귀게 된 돌》의 제목을 오래 떠올려 보았습니다. 첫 만남을 지나 사귀게 된 돌, 그리고 다섯 해 동안 한결같이 곁에 머문 형상들이 올해는 또 어떤 모습으로 인사를 건넬지, 함께 기대하며 맞이해 주시길 바랍니다.

2025년 9월 26일 - 10월 12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0104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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