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y of Elsewhere

박민희 & 허이서 작품전

호주 멜버른과 미국 메릴랜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두 도예가 박민희와 허이서의 듀오 작품전 《Clay of Elsewhere》를 시작합니다.


두 작가는 낯선 땅으로 이주한 젊은 도예가들입니다. ‘타지에서 자신을 찾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작품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공통의 질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왔습니다.

박민희 작가는 10여 년 전 멜버른에 정착한 뒤 멀어졌던 물레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남반구의 작업장에서 작가의 시선이 향한 곳은 한국적인 것, 그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인 토속의 형태와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산세와 민예적 사물의 모티브, 담박함과 해학이 깃든 작품에는 멀리 떨어져 지낼수록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한국의 정서가 담겨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는 충북 괴산 대부요에서 빚은 작업을 함께 선보입니다. 작가가 사랑한 옛것이 태어난 자리에서, 옛 방식으로 온전히 한국의 것을 빚고자 한 마음이 어려 있습니다.

허이서 작가는 3년 전 메릴랜드로 이주합니다.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활동해 온 서울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작업의 외부 동력과 공예 씬의 숨 가쁜 중력에서 벗어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얻게 된 길고 깊은 호흡은 특유의 조형 언어를 단단히 연마하는 바탕이 됩니다. 복합적인 입체로 살아났다 다시 2D의 평면으로 변화하는 정교한 기의 형태, 종횡무진하는 흙과 유약의 변주는 오랜만에 허이서 작가의 작업과 재회하는 분들에게 반갑고 놀라운 변화로 다가올 것입니다.

박민희


호주 멜버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도예가입니다. 오래 두고 바라볼수록 정이 드는 작업을 만들고자 하며, 한국 전통 사물과 풍경의 편안한 선과 조형미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작품이 개인적·지리적 배경을 품으면서도 다양한 환경을 아우르는 매개가 되기를 지향합니다.

허이서


한국에서 도자공예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메릴랜드로 건너가 이방인으로서의 시선과 감정을 작업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흙판이나 흙가래를 쌓아 올린 덩어리를 절개하고 다시 이어 붙이는 과정을 통해 작업의 구조와 흐름을 찾아갑니다. 고정된 형식과 경계를 넘어서는 자유로운 조형 언어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Q. 박민희 작가님 작업의 많은 부분은 한국의 옛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요. 한국적인 것을 만들게 된 이유와 그중에서도 민예품과 같이 소박하고 일상에서 매일 쓰였을 법한 사물들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세상 어디에서나 공예의 시작은 늘 일상에서 쓰이는 사물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박물관에 전시되거나 골동품 가게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지만, 저에게는 여전히 곁에 두고 쓰고 싶은 보물 같은 일상 도구입니다. 그래서 곁에 두고 쉽게 만질 수 있는 것들을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형상적으로는 옛것에서 많은 참고를 얻지만, 그 사물을 만든 당시 사람들의 마음은 알 수 없잖아요. 저는 그 호기심을 바탕으로 제 개인적인 생각과 역량에 맞게 기물을 만들어왔습니다. 더 나아가서, 관객과 사용자 각자의 이야기가 더해져 비로소 완성되는 사물이 되길 기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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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허이서 작가님의 그릇 작업을 보면 꽃잎 같기도, 구름 같기도 한 독특한 실루엣이 눈에 띕니다. 서로 다른 크기의 원형이 이어 붙이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예상치 못한 형태와 구조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러한 작업 방식의 출발점이 된 모티프가 있을까요?

A.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라는 문구는 가수 김창완 님의 에세이 제목이기도 하고, 김창완 님이 진행하던 라디오에서 직장 생활에 지친 청취자의 사연에 건넨 답변이기도 합니다. 손으로 그린 47개의 동그라미 중 단 두 개만 그럴듯하다는 이야기처럼, 세상살이가 자로 잰 듯 딱 떨어지지 않으니 매일에 집착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라는 위로였어요. 그 글과 함께 한동안 인터넷을 떠돌던 동그라미가 가득 그려진 이미지가 제게도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다시 작업을 시작할 무렵, 낯선 환경과 의무의 부재 속에서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할지 감각을 잃어버린 상태였는데 문득 그 이미지가 생각나더라고요. 미국에 온 선택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겹치면서 선뜻 무언가를 시도조차 못 하고 있는 저에게 감사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동그라미를 그려보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그걸 겹치고 크기랑 형태를 마음껏 바꾸다 보니 비로소 무언가가 시작되는 기분이 들었고, 늘 해보고 싶었지만 잘 할 자신이 없어 머뭇거리던 기 작업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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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가에게 이국의 흙은 역설적으로 낯선 시공간 중 가장 친숙한 것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박민희 작가는 그 흙으로부터 뿌리를 더듬어 한국적인 감각을 좇았고, 허이서 작가는 불안을 품어 새로운 풍경을 그리는 재료로 삼았습니다. 《Clay of Elsewhere》는 그렇게 빚어진 두 작가의 모색을 한자리에 모아, 이곳에서만 펼쳐질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갑니다.

2025년 9월 5일 - 9월 21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104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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